토익 장학금이 신설· 운영된다고 한다. 전공별, 학년별로 정해진 기준 점수를 넘으면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장학금의 목적은 응당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것일 터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어쩔 수 없이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한데 엉켜든다. 영어가 이리도 다급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2013년부터 시행되는 영어 졸업인증제가 논란 끝에 강행된 뒤끝이라 더욱이나 그렇다.  

  영어가 취업 등 여러 부문에서 발휘하는 현실적 위력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좀 안타깝고 과하다 싶어도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토익 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영어공인시험 응시료를 지원한다거나 이런저런 종류의 토익 특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과는 문제의 차원이 다르다.   

  먼저 장학금에는 교육적 목적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고 그 목적은 대다수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장학금의 내용은 그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를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토익장학금이 영어공부의 의욕을 북돋우고 또 일정 정도의 성적 향상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얼마만큼의 토익 성적이 우리 대학이 추구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는가, 되어서 옳은가를 물어야 한다. 토익 성적에 장학금을 내걸 경우 학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고 또 어떤 부작용이 파생될지 숙고해 보았는가? 어떤 점수를 넘으면 얼마를 받는다는 것에 혹하거나 익숙해지게 된다면 학생들이 장학금을 현상금 정도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앞으로 공부를 그리고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나아가 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볼 때, 그들이 느낄 열패감과 불만 그리고 꺾여버릴 수 있는 학습의욕도 도외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장학금이 외부자금이 아니라 교비로 조성된 것이기에 특히나 그렇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가능한 한 그 혜택이 대다수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쓰여야 하지 않는가.

  이는 결과지상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학이 견지해야 할 교육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은 어떤 결과(목표)를 지향하지만 결과 자체보다는 그에 이르는 과정,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고 향상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가령 영문과가 학생들에게 토익 몇 점을 졸업요건으로 부과하고 어떤 점수를 상회하면 장학금까지 주겠다고 내걸었다면 교수와 학생들에게 남은 일은 무엇이겠는가? 적어도 상당수의 학생들은 토익점수만 바라보지 않겠는가? 정작 영어는, 그리고 영어에 담긴 영미권의 문학과 문화는 실종되지 않겠는가? 

  또 다른 문제점은 한정된 재원을 새로운 특정 부문에 쓸 때 생기는 재원 배분의 왜곡 현상이다. 새로운 곳에 적지 않은 돈을 쓰다 보면―시행 첫 해여서 얼마만한 돈이 들지 예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기존의 용처들에 적지 않은 주름살이 생길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다른 용처들은 어떤 것들이고 그것들은 토익에 희생되어도 좋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런 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묻고 싶다. 이와 같은 무리를 감행하면서까지 대학이 토익에 집착해야 하는가? 혹 국내 다른 대학에도 이런 장학금을 내건 사례가 있는가? 있건 없건 ‘토익장학금’은 그 이름만으로 우리 대학을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