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은 핵무기와 원자력발전소로 대표되는 듯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그 중에서도 최대의 사건이지만 원전과 연관된 핵폐기물시설의 건설 등으로도 많은 갈등이 있어왔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이 피부로 느끼기 힘든 막연한 두려움이며 정작 위험이 내곁에 와 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라돈(Rn)가스는 흙과 바위 특히 화강암층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능 물질로 라디움(Radium)이 알파붕괴 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우라늄 붕괴과정의 유일한 가스 생성물인 라돈은 반감기가 3.82일이므로 그동안 암석을 벗어나 대기와 집안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후 흡입된 라돈은 폐에서 소위 딸 분자인 폴로늄(Po), 비스무스(Bi), 납(Pb)으로 비교적 빠르게 변환돼 우리 몸에 머물며 알파와 베타 방사능을 방출한다. 특히 입자의 크기가 큰 알파선은 DNA등을 변화시켜 암세포로 전환되게 한다.

  현재 라돈에 의한 폐암발생 환자 수는 3~15%로 흡연에 이어 두 번째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허용치는 148베크렐(Bq/㎥)로서 평생 이 농도의 라돈을 마셨을 때 폐암 걸릴 확률이 1% 라고 한다.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여서 특별한 장치 없이는 집안에 들어왔다는 것조차 인지할 수 없다. 또한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어 제거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어떤 방독면도 무용지물이다. 환기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공기보다 7배 정도 무거워서 자연환기도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일반적인 환기 매뉴얼은 한번에 30분 이상씩 하루 3~4회다. 그러나 추운 겨울철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라돈은 지구상 육지의 어느 곳에나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1950년대 깊은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잦은 폐암발생이 라돈 때문임이 밝혀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우라늄광 분포지역 주택에서도 높은 수치의 라돈을 측정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미국 전역의 라돈분포가 완전히 파악되고 있지는 않으나 취약한 지역에서는 집을 사고 팔 때 라돈 수치를 체크하고 있으며 새로 짓는 집은 라돈차단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라돈문제는 사실 전체가 화강암 지역인 한반도에서 더욱 민감할 사안이다. 우리나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서 작성한 라돈 지도를 보면 제주도를 포함한 거의 전역이 라돈기준치를 넘나들고 있다.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강원도와 전북이 특히 높다. 그리고 어느 지방이나 퇴적층이 깊은 곳에서는 적고 암반이 드러난 곳은 어김없이 높은 수치가 나타난다.

  라돈문제는 인식할수록 껄끄럽다. 집을 다시 짓자니 경비 문제가 있고 아무도 모르게 그냥 팔고 이사를 가기도 그렇고 그냥 살기도 께름칙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한국환경공단에서 조사한 데이터에 의하면 기준치를 초과한 아파트는 5.9%나 된다. 아파트에 관한 데이터는 사실 믿기 어렵다. 특히 비싼 대도시 아파트에 사는 누가 라돈 수치를 공개하려고 할까? 원칙적으로 라돈 저감 설계를 하지 않는 한 고층건물은 라돈에 더 취약하다. 건물이 높을수록 기초를 깊이 파서 암반에 닿게 되면 건물자체가 라돈의 굴뚝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6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라돈은 지하수에도 녹아든다. 하수구에서도 상당량 올라온다. 비오고 습기찬 저기압 날에는 많은 양의 라돈이 기압차에 의해 땅위로 집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는 대기중 방사능 수치와 유사한 변동을 보인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라돈 혹은 방사능 문제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주위의 어떤 지인은 지하수의 라돈에 대해 매우 민감해서 지나칠 정도로 여러번 공인된 기관에서 분석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불임이 자기직장의 높은 라돈수치 때문이 아닌가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서 라돈 측정기를 산 후 높은 수치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라돈에 대해 알게 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환경공단 홈피에는 라돈이란 단어를 쉽게 찾지 못한다. 필자도 이것을 주제로 하지 않으려 여러번 생각했다. 라돈에 관해 말해봤자 찝찝함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차 이 좋은 춘천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라돈 안심 설계를 하길 바란다.

/손정인(화학ㆍ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