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글이나 사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남기는 것이 매우 일상적이다. 우리는 매일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올리거나 다른 이의 글에 댓글로 의견을 표시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생각을 대중 앞에서 직설적으로 내보이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사이버 공간의 아바타 또는 아이디를 통해서는 쉽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이는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 및 편리성과 같은 특성에 따른 혜택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흘려놓은 디지털 흔적들에 의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덫을 놓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무심코 얘기했던 기록되지 않은 내용은 타인의 뇌리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하게 지워질 수 있지만, 디지털 데이터로 남겨둔 정보는 사이버 세상에서 영원히 기록돼 훗날 당신에게 족쇄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될 소지가 크다.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이버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쉽게 그리고 매우 구체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이메일 주소나 IP주소를 기반으로 당신의 직업, 정치 성향, 가족 관계 그리고 교우 관계 등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당신이 무심코 페이스북에 올린 과거의 개인적인 사진 한 장, 또는 큰 의미 없이 남긴 댓글 한 줄 등이 훗날 암초가 돼 나타날 수 있다. 예전 한 아이돌 그룹 가수가 연습생 시절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글 몇 줄로 매우 큰 곤혹을 겪은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떠나 소신 있게 남긴 한 줄의 글 때문에 네티즌들의 악의적인 공격으로 이름까지 바꾼 연예인도 있다. 또 무심코 올린 과거 사진 때문에 파경을 맞거나 곤란을 겪는 사건들이 다수 들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세상에 공개된 자신의 디지털 흔적은 악의적인 네티즌에 의해 복제되고 추측이 덧붙여지고 증폭돼 주홍색 낙인이 찍혀지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불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자 하는 일부 네티즌은 지금도 어두운 피시방 한구석에서 키보드를 무기 삼아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일부 유해 사이트를 통해 먹잇감 대상을 선포하고, 물어뜯고, 만신창이가 된 먹잇감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즐긴다.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흔적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삭제해도 구글, 다음, 네이버 등과 같은 검색 사이트에 의해 복제될 수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스크랩되거나 복제돼 당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곳에 놓여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의 디지털 흔적을 효과적으로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와 같은 필요에 의해서 현재 외국에서는 디지털 장례사 또는 디지털 클리닝 업체가 성업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또 ‘잊힐 권리법’이 계류 중이라는 소식도 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올리기 전에 신중함을 가지는 것이다. 본인의 한 줄 댓글이 자신의 석자 이름으로 포장된 책으로 출판된다는 느낌으로 진중하게 생각하고 사이버 세계에 흔적을 남겨야 한다.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이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글은 자제하며 뒤돌아 다시 한 번 봐도 무리가 없는 디지털 흔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악의적인 네티즌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무심코 흘린 글이나 사진으로 누군가는 마음에 깊은 고통을 받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줄한줄 남겨진 디지털 흔적의 파급력을 직시하고 처신할 필요가 있다. 서늘한 기운이 봉의산 자락을 감싸고 있는 요즈음, 따뜻한 한마디 말이나 서로를 격려해주는 댓글로 디지털 흔적을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