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선거철을 맞아 대학 캠퍼스마다 선거열풍으로 활기를 띤다. 내년부터 새롭게 출범할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우리 대학에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학생선거는 앞으로 1년 간 학생을 대변할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대학의 이번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생회 입후보자를 살펴보니 단과대학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단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대학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체 학생 대표를 뽑는 총학생회 후보가 단일후보라는 점은 지난 몇 년간의 선거에서는 없었던 일이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같은 현상은 학생 자치에 무관심한 학생들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학생회 후보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명시한 선거 기간 안에 학생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 학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경선이 아닌 이번 선거는 치열한 접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인지 그 활발했던 선거운동 역시 뜸해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는 전국 대학가 사이에서도 빈번한듯하다. 한국외대의 경우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총학생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받았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화여대의 경우도 최근 4년 동안 총학생회 후보에 단일 선본이 세 번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취업과 학업이라는 이유로 학생회 활동 자체에 관심이 줄어 학생선거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하지만 이를 비단 학생회 후보자들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정작 투표할 권리를 지닌 학생들은 누가 자신이 속한 대학의 대표자가 되며, 이들이 어떤 공약을 갖고 대학을 운영할 것인지,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학에서의 선거는 한 대학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뽑는 일이기도 하지만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대표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선거 참여는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목소리다. 학생들은 이것이 후보자들만의 선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선거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아울러 매년 50%를 간신히 넘기는 반쪽짜리 투표율로 학생 대표자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학기 전학대회를 통해 선출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그의 공약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토론회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토론회 개최 행방은 감감무소식이었다. 3년 만의 토론회 부활로 열띤 선거를 고대했던 학생들의 기대마저 한풀 꺾인 셈이다.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거는 문제야말로 학생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후보자들도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당선되길 원한다면 학생이 동의할 수 있는 공약, 실천 가능한 공약만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학생회는 대학생들의 자치기구이자 지성의 대표다. 이번 선거가 투표할 권리를 지닌 8천 명 학생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고 투표율을 높이는 것 또한 후보자들의 임무다. 학생이 주체가 된 선거를 통해 하나 되는 대학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 뿐 아니라 선출된 후보들은 학생을 실망시키지 않는 행동으로 ‘학생들의 대표자’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많은 학생이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