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학기 개설되는 외국어 강좌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와 러시아어 4개 언어를 제외하고 모조리 폐지된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강사의 활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전임 교수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 학생들이 지속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란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무엇보다 이같이 중요한 사안을 정작 학생들은 몰랐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대학은 외국어 강좌 수강을 졸업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학기 우리 대학은 영어 말고도 독어, 불어, 스페인어 등 8개 언어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시간 강사를 사용하는 데 있어 따르는 문제들은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내부의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폐지 결정을 온전히 학생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리 달가운 처사는 아니다.

매 학기 수강신청 때가 되면 졸업 필수로 지정된 핵심교양과 외국어 강좌 수강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과목의 다양성과 스페인어와 같은 일부 인기 강좌는 학생 수요보다 분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늘 문제로 꼽힌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들의 이러한 불만 사항을 받아들여 몇몇 인기강좌의 분반 수를 늘리는 조치를 해왔다. 늘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대폭 줄인다는 처사는 단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학기부터 신설된 현대몽골어 강좌는 운영된 지 한 학기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이렇게 갑작스레 외국어 강좌의 존폐가 갈릴 일이었다면, 처음부터 좀 더 신중히 검토하고 강좌를 개설해야 했지 않았나 싶다. 혹자는 다른 곳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언어를 배워 무얼 하냐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대학이 도움되는 과목만 배워야 하는 곳은 아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교육 강좌를 제공해야 할 대학이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4개 외국어 강좌가 없어지면 그만큼의 수강 인원을 유지될 강의만으로 충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전임교수가 지도하는 강의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당장에 없어질 분반만큼의 수강생을 충당하려면 결국 기존에 개설된 반의 수강인원을 늘리거나 분반 수를 늘릴 것이다. 

이럴 경우 자칫 대형 강의 형성이 우려되거나 또다시 강사의 활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 수업은 특성상 말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대형 강의 형태로 운영되면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라 불리는 요즘, 교양 외국어 수업을 통해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대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제2외국어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이미 대학에 개설된 영어,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에만 국한돼 가르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학비를 낼만큼 낸 학생들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강의를 선택해야한다면, 이는 학생의 수강 선택 자율성과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일 뿐이다. 대학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신중히 결정했으면 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