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오셨어요.”

필자의 친구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친구는 손님을 대할 때 한결같이 “7천2백원이세요”, “그 아이스크림이 인기가 더 있으세요”라고 상냥하게 말한다. 그의 어투는 상냥했지만, 어딘가 듣기 불편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물을 높여 말하는 이른바 ‘사물 존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사나 형용사에 붙여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는 높여야 하는 대상과 그 대상의 행동, 상태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시-’를 넣어 사물을 높이는 친구의 표현은 ‘주문하신 아이스크림입니다’, ‘7천2백원입니다’, ‘그 아이스크림이 인기가 더 있습니다’로 고쳐 말하는 게 맞다. 사물 존칭은 필자의 친구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커피 전문점, 백화점, 패밀리 레스토랑, 상담 콜 센터 등 친절과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곳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제품은 세일중이세요’, ‘주문하신 메뉴 나오셨습니다’와 같이 사물을 높여 말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불편한 친절함’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법도 한데 어떤 이유로 사물 존칭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필자는 화장품가게에 간 적이 있다. 구경하다 보니 종업원이 와서는 “이 화장품에는 수분 보습 기능이 포함돼있으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이에 필자는 “화장품은 사물이기 때문에 높여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사물 존칭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사물에 존칭을 붙이는 게 잘못된 것임을 알아도 어쩌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 컴플레인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처음 일할 때부터 쓰다 보니 버릇이 된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옳은 표현을 썼다가 ‘왜 존칭을 쓰지 않느냐’라고 따지는 적반하장 고객이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는 ‘차라리 과하더라도 존칭은 다 붙여라’고 교육 시킨다”며 필자에게 귀띔했다.

그렇다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컴플레인이 두려워 사물 존칭을 붙이며 불편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까? 아니다. 2010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 존칭을 사용하는 문장에 대해 56.5%가 ‘경어로 느껴지지 만 어색하다’고 답했고, 10.3%는 ‘경어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사물 존칭을 듣는 다수는 어색하다 느끼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물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도 있지만, 사물 존칭을 사용하면 ‘왜 사물을 높여 말하냐’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사물 존칭을 쓰지 않는다고 적반하장인 고객을 위해 문법을 어겨가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무리 ‘손님이 왕’인 고객만족 시대라지만 잘못된 것을 알고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에 소홀히 하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부터 말을 하거나 들을 때 사물 존칭에 신경을 써본다면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