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새 학기 냄새’라는 말이 있다. 설렘과 두근거림, 새로움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대학교 신입생인 그대들에게서 주로 느껴지는 것이 그것이다. 이 냄새는 ‘환상’이라는 기운을 끌어안고 오기 마련인데, 이런 환상 속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활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렘이 주로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이런 ‘새 학기 냄새’라는 말이 ‘향기’라는 좋은 어감의 말보다 ‘냄새’라는 가치중립적 단어로 불리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이 느낌이 그저 하룻밤의 꿈이라는 것을 서서히 직시하기 때문이다.

환상을 오래 간직하기에, 그대들의 대학 생활은 절대 녹록지 않다. 앞으로 여덟 학기가 지나면 그대는 당신의 모든 것을 평가받고 시험받게 될 것이다. 일단 토익 점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당신은 학점 이수와 상관없이 졸업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앞으로는 평점 관리는 기본이고, 자격증과 어학연수 여부 및 공모전 수상경력, 심지어는 자신의 인맥까지 평가받게 된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을 겪어내는 우리에게 현실은 더할 나위 없이 냉철하고, 비인간적인 잣대로 그대를 심판하려 할 것이다.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면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법칙일 터이니. 우리는 이런 현실을 깨닫고, 여덟 학기 후 사회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을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대의 환상을 처음부터 짐짓 죽이지는 말길 바란다. 그대는 12년 동안 이 꿈같은 대학 생활을 위해 성실하게 달려오지 않았는가. 지금은 사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자유로이 향유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하나의 사랑도 만나고, 거하게 술도 마셔보고, 자유로이 세계를 방랑하는 것들 말이다. 그것은 환상이라 치부하기 이전에, 우리가 기꺼이 누려야 하는 이른바 ‘청춘의 특권’이다. 문제는 이 특권을 남용할 때부터 시작된다. 슬프게도 이런 특권에는 하나의 속성이 있는데, 이런 특권을 당신이 보다 많이 누리고 오래 누리려 할수록, 이는 하나의 굴레를 만들어 당신이 현실을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청춘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던 당신에게도 결국 언젠가 현실을 인지하고 수용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 무게를 조금 이기 시작할 때, 아직도 어린애 마냥 특권 속에서 빠져 산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원한 굴레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이 그대가 피해야 할 ‘환상’ 속의 모습이다.

그렇다. 그대는 특권을 누리되, 결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현실의 존재를 깨달아야 할 이유가 된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지금은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심지어는 부정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곤란하다. 사실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신의 경쟁자들은 지금도 당신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이 환상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고, 현실을 맞닥뜨리면 미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대는 환상을 극복하고, 현실의 소용돌이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한준(방송통신ㆍ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