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대학과 전국의 대학들이 비상이 걸리고 난리가 났다. 왜? 입학정원, 그러니까 신입생 수를 1단계로 7% 정도 줄이고 특성화를 해야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대학평가에서 5등급에 걸리면 폐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도 신입생 수를 7.5%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특성화 계획을 모든 학과들에게 제출받아 심사, 선별해 교육부에 제출할 준비 중에 있다. 본부에서는 특성화사업에 참가하는 학과의 정원은 안 줄이거나 덜 줄이고, 비참가학과는 많이 줄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정원을 7.5%, 120명가량 줄인다고 하면, 단순하게 계산하면, 40명 정원의 3개 학과가 신입생을 뽑지 못하게 될 판이다. 이것이 바로 구조조정으로 연결이 된다. 특성이 없고, 경쟁력 없는 학과는 정원을 대폭 감축시키거나 퇴출시키라는 것이 바로 정부의 명령이고 우리 학교를 포함한 모든 대학들이 이에 순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정부의 강압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공모사업을 통해 쥐꼬리만한 정부보조금을 받아낼 수 있기 위해서다. 쥐꼬리만하다고? 그렇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하면, 2009년도 전국 사립대학들의 교비 수입은 총 18.2조원이었는데, 그 중 등록금 수입은 13.4조원, 재단전입금은 1.6조원, 정부보조금은 7,030억 원이었다. 등록금 수입 의존도는 73.6%, 정부보조금은 4% 안팎이었다. 국공립대학들은 수입총액이 총 4.7조원으로 등록금 1.9 조원, 정부보조금 1.2조원으로 정부보조금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등록금 의존도가 40.4%로 정부보조보다 더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411개교의 대부분이 사립대학이다. 359개가 사립이고, 국공립대학은 52개교에 불과하다. 학생 수로 치면, 전국 대학생의 84% 306만 명이 사립대 학생들이다(2010년 현재). 평균 연간등록금은 사립대학이 753 만원, 국공립대학이 429 만원 수준이다(2011년 기준). 최근에는 이런 상황이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해 조금은 달라졌을 터이지만, 골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특성화’로 포장된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첫째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통제, 통제 일변도라는 점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인정하지 않고 중앙집중식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입학정원을 알아서 줄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강제로 줄이거나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학문의 전당, 대학에 대한 일종의 협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철도나 공기업, 의료기관 등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강력 추진하거나 경쟁체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시장주의다. 교육정책이 그런 시장주의에 충실하려면,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소위 경쟁력 없는 대학은 자유경쟁에 의해 퇴출되도록 놓아두는 것이 앞뒤가 맞는다.   

둘째, 특성화를 통해 전공분야들을 통폐합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문제는 아니지만, 정원을 줄이면서 특성화를 하라는 것은 대학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편법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입학정원을 자율감축하라는 지침에 대학들이 순응할 경우, 대학은 그 주된 수입원인 등록금 수입을 할 수 없이 줄이는 것이고, 그 결과 긴축재정을 감수해야 하고, 그만큼 해당전공의 교수 수를 감축시키거나 학과 통폐합으로 대응해 나가기 쉽다. 따라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정부가 정원감축으로 줄어드는 대학의 재정손실분을 국고로 보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 교수-학생 비율을 높여 교육이나 연구의 내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수-학생 비율은 고등학교보다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보다 훨씬 못하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30.7명이다. OECD 평균 16.1명의 2배이며, 독일 12.2명, 일본 11.8명, 미국 15.1명이다. 정부는 학생 수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대신, 그 반대로 교수확보율 기준을 현재보다 1.5배 정도는 더 높여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신설해야 정부가 말하는 대학교육의 ‘선진(국)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이밖에도 여러 문제와 대안들이 있으나 생략하고, 한림대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가 어디 있는지 따져야 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팔무 (사회ㆍ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