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쓸 수 없는 소화기  학생생활관 6층 엘리베이터 앞에 비치된 소화기의 지시압력계가 정상 범위인 초록색을 벗어나 있다. (사진=송효진 수습기자)

최근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상승했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이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교내 건물 및 학생생활관에 위치한 총 4백 개의 소화기 현황을 조사했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소화기란 안전핀과 호스를 잘 갖추고 있으며 제조년월이 8년 이내이며 압력이 녹색이어야 한다. 본지가 조사한 4백 개의 소화기 중 7개는 안전핀과 호스가 분실돼 분사가 불가능해 교체 및 점검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 2백 개의 소화기는 제조년월이 8년이 넘어 소화기 노즐 및 몸체와 손잡이 부분의 파손이 우려됐다. 이러한 외관상의 파손은 소화기 내부의 압축가스가 누출돼 실제 상황에 쓰일 수 없다. 이에 대해 춘천소방서 측은 “소화기는 일반적으로 8년을 쓰게 돼 있지만 법으로 정해진 규정은 없다”며 “소화기 호스나 압력 관리는 전적으로 학교에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교내에 위치한 소화기 관리 대장을 살펴보면 학교 내 소화기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화기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압력계는 4백 개 중 90개의 소화기에서 적색 또는 황색으로 나타났다. 시설팀 김용일 과장은 교내 소화기 압력계 확인 방법에 대해 “교내 소화기 압력계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운데가 녹색이며 양쪽이 빨갛게 돼 있는 경우와 가운데가 녹색이고 황색과 적색이 표시돼 있는 경우”라며 “적색인 경우가 교체가 필요하고 황색인 경우에는 압력을 더 채워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화기의 압력계가 녹색을 가리키면 압력이 정상이라 분사가 잘 됨을 뜻한다. 그러나 황색일 경우 압력이 부족, 적색일 경우 압력이 과충전됐다는 뜻으로 교체 또는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의학관과 생명과학관은 실험이 잦아 화재에 대한 위험이 비교적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화기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에 위치한 소화기 중 절반 이상이 소화계 압력이 적색 또는 황색이었으며, 안전핀과 호스가 분실된 것도 많았다.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시설팀 김용일 과장은 “실험 때문에 화재의 위험이 많은 의학관이나 생명과학관 같은 경우에는 복도에 설치한 소화기 이외에도 실험실 내부에 이산화탄소 소화기를 설치해 안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과장은 “교내 소화기 관리는 정기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번 소화기 관리 및 교체는 오는 6월 이뤄질 예정”이라며 “호스가 끊어졌거나 제자리에 없는 소화기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화기는 일반적으로 분말형과 압축형으로 나뉘는데 분말형의 경우 정기적으로 흔들어 주지 않으면 분말이 뭉치거나 굳기 때문에 기간이 오래되면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학은 대부분 압축형으로 교체했으나 아직도 분말형 소화기가 남아있어 오는 6월 교체 또는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실험실에 구비된 이산화탄소 소화기는 점검이 불필요해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며, 모두 사용했을 경우 교체만 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