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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人3色 추석풍경
문지연 기자  |  mjy05@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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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1  19: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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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찾아온 가장 이른 추석. 지난해(9월 19일)와 비교하면 무려 11일 빠른 추석이다. 올해부터 도입된 대체 휴일제의 실시로 더 알차고 여유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꿀 맛 같은 연휴를 앞두고 세워놓은 ‘추석 계획’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기대는 크다. 이번 추석에는 큰집 방문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통보를 받은 기분 좋은 다섯 식구의 막내딸 정양과, 보기 드문 대가족에 사돈의 팔촌까지 방문한다는 큰집의 맏딸 배양. 집안의 모든 사람이 종교인인데다 군대 간 형까지 추석 휴가를 받지 못해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이군까지. 대학생 3인의 서로 다른 추석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추석 연휴 계획이 어떻게 되나?
정 : 저는 이번 연휴에 가족과 3박4일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배 : 저희 집은 큰집인데다가 대가족이라 계속 집에 있을 것 같아요. 집에서 차례 지내고 오시는 친척들에게 인사나 드려야겠죠. 부모님 일 도와드리고요.
이 : 저는 식구들이 모두 기독교인이라서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아요. 저에게 명절은 정말 좋은 휴가죠.

-집으로 가는 차편은 구했나?
이 : 8월 12일에 인터넷으로 예매했어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팅보다 더 떨렸어요. 흔히 말하는 ‘광클’을 했죠.
배 : 저는 아직 강의 시간이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미리 예매는 못했어요. 예매는 주로 스마트 폰 어플을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입석이네요.
정 : 저는 기차보다 버스가 더 여유 있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가려고 해요. 물론 예매는 했어요. 인터넷으로요!

-추석 소비 계획은 없나?
이 : 이번에 조카가 생겼어요. 친조카는 아니지만 첫 조카라 애정이가요. 큰돈은 없지만 조카 옷 한 벌 사서 주려고요.
배 : 저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벌어 뒀던 돈은 추석장을 볼 때 보태려고요. 또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집에 손님들이 오실 때 빵이나 쿠키 같은 간식거리를 만들어드리곤 해요. 그러려면 재료를 사야겠죠? 이번 추석 소비 계획이라면 이정도가 되겠네요.
정 : 음. 저는 소비 계획이 딱히 없네요. 사실 지금 가진 돈도 없고요.(웃음)
배 : 아, 특별히 20대가 되고 처음 맞는 올해 추석엔 고생하시는 엄마께 추석 선물을 드리려고 생각중이에요.

-선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매번 똑같은 명절 선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배 : 명절 때마다 어른들이 주고받는 선물세트가 식상하긴 해요. 그렇다고 새롭고 참신한 선물을 준비하기엔 다들 ‘종합선물세트’에 익숙해져있죠.
정 : 맞아요. 엄청 성의 없어 보여요.
이 : 변화를 줘야겠죠. 예를 들면 요즘 직접 만들어 차는 팔찌가 유행인데 선물로 참 좋은 것 같아요. 재료도 값싸고 정성이 있잖아요. 그게 번거롭다면 영화예매권 같은 것도 좋고요.
정 : 공감해요. 방금 말씀 하신게 훨씬 더 기분 좋은 선물일 것 같아요. 어릴 때야 집에 선물박스가 쌓여 가는게 신이 나고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의 어쩔 수 없는 의무감이 아니었나 싶어요.

-명절이라 친척들이 함께 모일 텐데 용돈은 받나?
정 :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해요. 많이 주시는 분은 한번에 10만 원 씩 주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도 명절마다 친척 동생들에게 용돈을 주시기 때문에 다 오고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추석은 여행 때문에 잘 모르겠네요.
배 : 한명이 10만원이면 엄청 많은 것 같은데요? 저는 집에 손님이 많다보니 꽤 받아요. 지난 설날엔 받은 용돈을 모두 다 세어보니 30만 원 정도였어요.
정 : 제 용돈이 많아 보여도 큰언니에 비하면 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에요. 제가 3남매 중 막내거든요. 용돈도 제일 적어요.
이 : 저는 차례도 지내지 않고 친척들끼리 무조건 만날 필요도 없어서 딱히 명절 느낌이 나지 않아요. 그래서 굳이 용돈을 받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주실 때는 감사히 받죠.

-용돈은 좋지만,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을 텐데?
정 : 이번 제주도 여행의 최대 수확이 그거에요. 친척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다는 것!
이 : 추석을 왁자지껄한 명절로 보내든 그냥 쉬는 날로 보내든 어른들의 잔소리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덕담이라며 하시는 말씀인데 말 속에 가시가 있어요.
배 : 저는 덕담이 아니라 그냥 ‘공격’이에요. 보통 빙 둘러 말씀하시는 분들이 사이에 꼭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시는 분이 한분씩 계세요. 저희 둘째이모가 그런 경우에요. 한번은 “너는 하체비만이니 살 좀 빼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이 : 그런 말을 대놓고 하신다고요? 그건 제가 들어도 충격인데요?
배 : 네. 정말 스트레스에요. 어른을 상대로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덩달아 험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참죠.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해요.
정 : 저는 못 참을 것 같아요. 잔소리는 매번 같은 이야기인데 언제 들어도 면역이 안돼요.

-대학생 사이에서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가 유행이라는데.
정 : 제가 지난 설에 대형마트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만 있자니 눈치 보여서 돈이라도 벌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일하면서 받는 눈치가 더 크더라고요. 몸도 정말 힘들고. 모든 사람들이 단기니까 ‘우린 더 이상 얼굴 볼 일이 없는 사이’라고 선을 그어요. 그래서 욕하는 사람도 많고 서로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 : 안 그래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포기했는데, 이야길 듣고 나니까 안하길 잘한 것 같네요.
배 : 집에 있기가 눈치 보인다는 이유는 저도 공감해요. 대학생이 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지난 여름방학동안 집에서 쉬는데 눈치가 정말 많이 보였어요. 집에 손님이라도 오시면 “방학인데 아르바이트는 안 하냐”라던가 “대학생이면 공부는 필요 없나봐?”라는 말로 비꼬시는데 정말 ‘대략난감’이었어요. 방학동안 한두 번 마주쳐도 이정도 인데 친척어른들이 몰려오시는 명절에는 오죽할까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웃음)
정 : 저도 이번 방학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대학생이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이었어요.
배 : 정말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땐 방학 보충 수업 덕분에 잔소리는 피했는데…

-그동안의 명절이 지겹다면 원하는 명절 보내기가 있나? 상상만이라도 좋다.
배 : 저는 제발 ‘참견’ 없는 명절을 보내고 싶네요. 집으로 들이닥치는 손님은 많은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정말 힘들어요. 그 와중에 엄마와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옆에서 잘한다, 못한다 훈수만 두는 사람들이에요.
정 : 그런 분들은 해결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눈치 없이 화만 돋우기 일쑤던데요.
배 : 맞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먼저 시범 좀 보여주세요. 제가 감을 못 잡겠어요”라고 하면서 한번이라도 돕도록 손에 쥐어줘요. 그래도 안하는 사람은 잔소리를 포기하고 부엌을 나가더라고요. 나가면서도 꼭 듣기 싫은 말을 한마디씩 던지고 가고요.
정 : 그나마 저는 큰집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저는 그동안엔 연휴를 친척집에서 보냈어요. 이야기는 잠깐이고 특선영화나 예능프로그램에 빠져 있었죠. 즐거울 때보다 지루할 때가 많아요. 개인적인 일이지만 저희 집 친척들 사이가 돈독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더욱 지겨웠죠. 드디어 이번 추석에 원하는 명절을 보내게 돼서 좋아요.
배 : 이번에 가신다는 제주도 여행이 정말 부러워요. 저도 가족끼리 여행을 가고 싶어요. 지난번에 제주도에 다녀온 고모께서 자랑을 하시는데, 듣고 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더라고요.
이 : 다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는 너무 편한 명절을 보낸 것 같아요. 사실 한번쯤은 차례 음식도 직접 만들어보면서 특유의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긴 해요. 불만은 없지만 한 가지 억울한 건 그 맛있는 차례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 한다는 거예요.
배 : 저희 집으로 초대하고 싶네요. 저는 연휴 내내 삼시 세끼를 차례 음식만 먹어요.(웃음)

-이번 추석 극장가 경쟁이 치열하더라.
이 : 맞아요. 개봉작들 모두 다 보고 싶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두근두근 내 인생’이요. 원작인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거든요.
정 : 사실 저는 천 오백만 명이 봤다는 ‘명량’도 아직 보질 못했어요. 여행 갔다가 시간이 있다면 가족들끼리 명량을 보고 싶어요.
배 : 전 영화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명절특선영화는 잘 봐요. 그래서 오히려 이번 추석특선영화가 더 기대돼요. 찾아보니까 방송사마다 유명한 영화를 꽤 많이 보여주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어른들과 우리 20대의 명절을 비교해본다면?
정 : 일단 느끼는 의미부터 달라 보여요. 늘 일하시는 어른들에게는 명절이 휴가의 의미고 우리는 방학의 연장 같은 느낌이에요. 이번 추석은 빨라서 더욱 그래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필요한 어른들과, 서먹한 관계가 싫어 매일 보는 편한 사람들끼리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우리의 모습이 다른 것 같아요.
배 : 맞아요. 우리 20대들은 명절에 대한 의무감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 같아요.
이 : 새로운 걸 꺼려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꼭 20대 뿐만 아니더라도 젊게 사시려는 분들은 이번 추석엔 어딜 가자, 어떤 영화를 보자 등등 새로운 제안을 하시는데 굉장히 멋있어 보여요. 그동안의 명절 모습을 없애버리자는게 아니에요. 정감 가는 전통적인 명절 모습이 필요하지만 새롭고 젊어진 모습도 함께 그려나가자는 거죠.

어머니께 드릴 추석 선물을 고르는 배양에게, 제주도 관광지를 검색하는 정양에게, 기차표 예매 성공의 기쁨에 취해있을 이군에게도 민족 대명절 추석은 다가온다. 긴 연휴를 채울 서로의 계획은 다르지만, 추석을 맞이하는 들뜬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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