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바람이 차고 이제는 완연한 가을을 맞이하는 추분이다. 대학 사회에도 가을이 오고 있다. 지난 17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일 년 간 학생회들의 예산 사용 내역을 검토하는 예ㆍ결산위원장과 ‘대학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감독하는 중선관위원장이 선출됐다. 이제 예ㆍ결산위원장은 일 년 예결산을 매듭지을 것이고, 중선관위원장은 겨울을 맞아 현 학생회 임원들이 옷을 벗고, 내년 학생회를 이끌어 갈 푸릇한 후보들의 경합전을 관장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후보자 연설에서 하나같이 입을 모아 ‘깨끗하고 공정한’ 심사와 감독을 다짐했다. 예ㆍ결산위원장은 학생회에서 불가피하게 현금으로 썼을 경우의 영수증 처리를 상식적인 선에서 심사한다고 했다. 작년 우리 대학 학생회 예ㆍ결산 심의는 졸속이었다. 의례적으로 예ㆍ결산 심의 결과는 본지에서 받아 공고하게 돼 있는데,  본지에서 다시 셈을 맞추니 예결산의 기본 중 기본인 금액 총 합계가 맞지 않았다. 이에 올해 예ㆍ결산위원장은 기본적인 산수 문제는 틀림이 없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나 돈, 숫자를 다루는 일은 다루는 사람에게도, 심사를 받는 사람에게도 민감한 일이다. 사소한 행동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적인 예가 올해 사생위원단이다.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참작해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결산 발표를 듣고자 했으나 그에 대한 준비조차 해 오지 않았다. 이는 예산을 얼마나 투명하게 썼는지 궁금해 하는 학생대표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거기에 자체적으로 예ㆍ결산위원장을 뽑아 예결산을 받겠다고 했는데, 전체 학생 대표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그 이유를 ‘상점을 주고 싶어서’, ‘그냥 해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회의장은 금세 웅성거렸다. 이유라도 그럴듯했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을 법했겠지만 사생위원장의 답변은 ‘대표자’ 회의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해 내놓은 대답이 아니었다. 두 위원장들은 업무에서 매사 이러한 태도를 가장 지양해야 한다.

중선관위의 경우에는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유세 문제로 선거시행세칙을 위반한 바 있다.(본지 562호 2면 기사) 시행세칙에도 없는 문제를 중선관위원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경선 후보는 SNS 유세 금지, 단일 후보는 SNS 유세를 허용해줬다. 이에 올해 중선관위원장 서명근 씨는 후보자들 간의 토론을 통해 SNS 유세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유일하게 후보자와 유권자가 소통할 수 있는 장치다. 유권자와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나 지난해에는 너무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나 전폭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중선관위가 보일 행보는 아니었다. 지난해 중선관위원장 최현석 씨는 토론회를 개최해 후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와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후보자 연설을 해 놓고도 단일후보라 토론회가 의미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번 중선관위는 달라야 한다. 3년 간 없었던 후보자 토론회를 부활시키고, 50%대를 웃도는 투표율을 60%대로 향상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중선관위는 물론 대학 언론 기구들의 대대적인 선거 독려가 필요하다. 본지를 비롯한 언론 기구들은 중선관위와 더불어 후보자 토론회 개최를 논의하고 광고를 싣는 등 유권자의 이목을 선거에 집중시켜야 한다.

당선된 중선관위원장은 후보자 연설에서 ‘대학은 작은 사회’라고 했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선거와 예결산 심의도 마찬가지다. 위원장들은 학생들을 대신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작은 사회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무게감을 가져야 한다. 부디 그들의 각오대로 깨끗하고 공정한 심사와 감독이 대학 구성원들을 좀 더 성숙하게 성장할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