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누구든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인간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기록입니다. 기록의 방법은 글이건, 그림이건 여러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록의 수단은 다양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연필과 볼펜에 의한 기록의 방법을 배우면서, 붓에 의한 기록의 방법을 배우기도 했고, 요즘은 주로 자판에 의해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록의 방법이 다양화되었기에 언제 어디서든 기록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록된 내용의 가치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기록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 여러분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서입니다. 

2006년 학교에 온 이후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지금까지 지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그 기록을 보여 달라는 부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이런 면담 속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필자의 어린 시절, 대학 시절과는 달리 싸이월드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기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기록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긴 그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록된 정보의 가치 평가가 중요하고 이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이다 보니 자신들의 기록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새 우리 모두는 기록의 중요성을 잘못 생각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기록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기록의 존재 자체의 중요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즉, 학생 여러분들이 남긴 기록은 평가받기에 앞서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여러분들의 기록은 여러분들만의 행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 누구도 여러분들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직 여러분들만의 경험이고, 과정이었기에 그 기록 자체가 바로 가치인 것입니다. 그런 기록들이 축적이 되면서 자신만의 아카이브가 형성되는 것이고, 이는 대체 불가능한 이 세상의 유일한 것이 됩니다. 

둘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이 세상에서의 존재가 20년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는 동시에 앞으로 더 살아갈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누구도 모르는 미지의 길입니다. 그렇기에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할 지에 대한 계획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과거의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과거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 경험과 과정이었다면, 미래의 시간에 대한 기록은 바로 여러분들의 생각과 상상입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에 따라 살아간 후 과거의 시간 속으로 넘기고 나서 보게 된다면 그 기록은 바로 상상의 경험화가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록은 바로 글쓰기의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시각화된 이미지 중심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도 글로 된 기록이 항상 같이 따라 다닙니다. 그만큼 글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고, 인간이 살아온 과정도 문자에 의한 기록의 유무에 따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할 정도입니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얼마나 많이 써보았느냐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쓰려고 생각하기에 앞서 많이 써봐야 하는 것이고, 자신의 기록을 많이 남긴다면  글을 잘 쓰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학점이나 영어 성적과 같은 결과에 대한 기록이 강조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과정에 대한 기록은 상대적으로 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록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것입니다. 기록의 종류에 따라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과정에 대한 기록은 학점이나 영어 성적과는 비교도 안 되는 희소성마저 갖춘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하고 어떤 형태로든 많이 남기기를 바랍니다. 기록은 여러분을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으로 있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재웅 (언론정보학부ㆍ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