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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때문에 음악 이름이 바뀐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협주곡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16.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엘비라 마디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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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9  19: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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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에 개봉된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스웨덴에서 실제로 있었던 비극적인 사랑을 모짜르트의 곡에 기대어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사진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 주인공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장면.
   
영화 말미에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먼저 엘비라 마디간을 죽인 후, 자신도 죽으려는 청년 장교 식스틴.


“너 혹시 엘비라 마디간 봤어?”
“뭐?”
“엘비라 마디간!”
“그게 뭔데?”
“응, 스웨덴 영화야.”
“그래? 그런데 그걸 왜?”
“응, 지난 주말에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그걸 빌려 보고는 가슴이 먹먹해서 죽는 줄 알았어. 영화가 주는 충격에 하루 종일 멍하더라!”

필자가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 학교 록 밴드에 가입해 있던 친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필자에게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영화에 대해 말을 걸어왔다. 여주인공의 청순미가 마치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19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올리비아 핫세 같았다며 하루 종일 흥분해댔기에 무슨 영화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영화 이름만 기억 속에 남겨 놓았다. 그러다가 마치 운명처럼 ‘엘비라 마디간’이 다시 필자에게 다가온 것은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안식년을 마치고 한림대로 돌아온 2010년 봄학기, 학교에서는 영미 국가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에게 영어 교과목의 개설을 권유했고 필자는 이에 망설임 없이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영화도 보고, 클래식도 들으며 이에 관한 설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교과목을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하여 ‘왠 클래식 미츠 씨네마.’(When classic meets cinema) 평소,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던 데다 영화 애호가였던 까닭에 기왕이면 영어로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시간은 흘러 흘러 바흐와 헨델을 지나 모짜르트를 소개해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맞닥뜨린 것이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K. 134)의 2악장이었다. 물론,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한 K.134의 2악장이 일명, ‘엘비라 마디간’으로 불린다는 사실은 당시, 수업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하여, 20여년 전, 필자 앞에서 흥분을 토하던 친구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가운데 필자는 ‘도대체 ‘엘비라 마디간’이 무엇이길래 모짜르트의 곡명조차 바꾸었는가?’ 하는 호기심으로 마침내 팔자에도 없던 스웨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0대의 미소녀, 엘비라 마디간은 부모도 모른 채 어려서부터 서커스단에 몸을 의탁해 관객들 앞에서 외줄을 타는 소녀다. 얼굴도 예쁜데다 재주도 뛰어나 서커스단을 이끌어가는 얼굴 마담이지만 스웨덴 장교, 식스틴을 만나 한 눈에 반하고 마침내 자신의 평생 직장이었던 서커스단을 뛰쳐나오고 만다. 식스틴 역시, 엘비라 마디간을 만나며 미친듯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그만 군대를 탈영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두 연인은 주변의 이목을 피해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돈과 금붙이들을 팔아가며 하루 하루를 힘들게 연명한다. 그런 와중에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 몇 번의 위기도 오지만 그런 위기를 흔들림 없는 사랑으로 극복하면서 이들의 애정은 더욱 탄탄해져만 간다. 하지만, 서커스 이외에는 딱히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소녀와 군대를 탈영한 장교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전무해 보였고 마침내 두 연인은 극단적인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식스틴이 엘비라 마디간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 것. 

스웨덴에서 발생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1967년에 개봉돼 당시, 미국 영화에 길들어져 있던 세계 영화 팬들에게 스웨덴 영화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감동적으로 알렸다. 그런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는 엘비라와 식스틴이 초원에서 사랑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서로 다투고 토라지다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타나 협주곡을 배경 음악으로 들려 주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덧 세간에서는 모짜르트의 작품 번호를 뜻하는 K.134번과 2악장이라는 고유 번호 대신 ‘엘비라 마디간’이란 애칭이 시나브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엘비라 마디간’으로 알려진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작곡할 당시의 모짜르트의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놀랍게도,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두기에 지학(志學)이라 불렀던 15세보다 불과 한 살 많은 16세로 겨우 지금의 고1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듣는다면 이토록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을 어떻게 고1에 해당하는 소년이 작곡했을지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비록, 지금의 사랑 방정식에서 보자면 진부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연애 풍속도 및 사랑 방정식을 짐작할 수 있는 느린 템포의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모짜르트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나타 협주곡을 적절히 끌어안음으로써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협주곡이 나오는 ‘엘비라 마디간’의 중요 장면만 캡쳐해서 올린 영상들이 구글과 유투브 등 곳곳에 걸려 있다. 그렇다면, 영화 전체를 볼 자신이 없는 이들은 해당 장면을 통해 영화도 챙기고 음악도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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