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에 신문사절이라고 계속 붙이고 넣지 말라고 몇번씩 전화해도 소용없어요.”, “몇달씩 무료로 주는 건 기본이고 이사할 때 이사짐 날라주죠, 날이 더우면 선풍기까지 준다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신문을 볼 수 있겠어요.” 신문을 매일같이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신문 절대 사절’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신문구독으로 받은 경품이 한집에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구독했던 신문을 끊는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정말로 끊기 어려운 담배나 마약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또한 이렇게 집요한 신문들은 경품을 받은 이상, 적어도 1년을 봐야한다는 양심상의 의무감이 들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대의 필요한 비판 의식과 논조가 무엇이냐를 보고 신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끈질긴 신문’, 좀더 ‘많이 주는 신문’을 어쩔 수 없이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미 설득력 있는 논조를 갖춘 신문의 제작 및 구성을 보고 이를 기준으로 신문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이다. 신문사들 간의 무질서한 판촉경쟁과 강제투입 및 경품 제공 등이 독자들의 신문선택권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문고시가 지난 99년 1월 폐지된지 2년6개월여만인 오는 7월부터 부활될 것으로 보여 신문시장의 정상화가 기대됐었다. 신문고시란 신문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말한다. 따라서 신문고시의 시행은 기존의 혼탁한 신문판매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신문고시 시행에 반대해왔던 조·중·동 보수·족벌언론들은 형식만 자율일 뿐 정부의 일방적 시행에 지나지 않으며, 그동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신문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4월16일자 사설을 통해 “사주의 자의적 개입에 따라 언론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족벌언론이 막대한 자본력이나 탈법적 수단을 동원해 신문시장의 독과점체제를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 민주사회의 활로인 여론의 다양한 형성을 막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경품제공 금지, 유가부수의 20% 무가지 배포 등을 골자로 한 ‘신문공정경쟁 규약’을 재정해 실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자율적인 자정능력을 상실한 상태이며, 이들의 신문시장의 불공정 혼탁행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조·중·동 보수·족벌언론들은 이러한 혼탁한 신문판매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여론독과점 현상까지 낳고 있다는 지적은 신문고시 시행의 당위성을 더욱 강조하게 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신문고시 시행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신문협회의 공정경쟁규약에서도 배제됐던 경품제공이 다시 허용됐고, 신문판매의 불공정행위 단속이 일차적으로 신문협회의 자율에 맡겨지는 등 신문고시 부활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신문사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신문 강제투입과 무가지·경품공세들은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원과 외화를 낭비해 왔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족벌언론들은 신문시장에서 과열된 판매경쟁에 따른 불상사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문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신문고시의 시행은 분명, 보수·수구 언론들에게는 탄압과 통제의 족쇄가 아니라 오히려 언론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수단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 김명진 기자 kmj9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