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잡한 일상 속의 현대인들이 아늑하고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옛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는, 이른바 ‘참살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함께 떠오르는 것이 우리의 ‘전통가옥’이다.

2학기가 시작 된지도 어느덧 6주가 지났고 중간고사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시간 때문에 우리는 더 조급해진다. 당장이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지만 시험의 압박과 쌓여진 과제 때문에 먼 여행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 우리에게 안성맞춤이 될 만한 곳, ‘춘천 김정은 가옥’을 찾았다.
 
차를 타고 20분만에 도착한 신동면 정족1리. 마을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금방 발견 할 수 있는 김정은 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 68호로 지정된 전통가옥이다. 1982년 문화재자료 지정 당시 거주하던 소유자의 이름을 본 따 김정은 가옥이 된 이곳에서는 현 주인인 김남영 씨가 2008년부터 한옥 숙박 프로그램인 ‘한옥스테이’를 시작했고, 가옥 안채를 카페로 꾸민 ‘한옥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춘천시 한옥체험업소 1호로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한다. 고택을 소유하고 있는 김남영 씨는 “멋진 김정은 가옥의 운치를 우리 가족만 즐기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숙박과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며 계기를 밝혔다.

벼가 익어 화사한 황금빛을 뽐내는 넓은 논을 앞에 두고 고즈넉히 자리 잡고 있는 김정은 가옥은 대문 밖에서부터 고택의 아름다운 운치를 뽐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커다란 나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골집 향기가 풍겨왔다.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검게 그을린 아궁이와 가지런히 놓여있는 장독대들이 가옥을 찾은 기자를 제일 먼저 반겼다. ㄱ자 모양의 안채와 ㄴ자 모양의 행랑채가 보기 좋게 모양을 잡아 ㄷ자형을 이루고 있는 김정은 가옥은 영서 중부지방의 전통적인 기와집 형식을 띠고 있다.

한옥카페로 사용되며 숙박인들에게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고 있는 안채를 살펴봤다. 벽지와 장판이 모두 한지로 만들어져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옛 전통 방식 중 하나로 콩을 불린 후 갈아 여러 번 문지르며 덧칠하는 ‘콩댐’ 작업을 거쳐 만든 방바닥은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게 했다. 주인 김남영 씨는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100년 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옛날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주인의 말대로 김정은 가옥은 현대식에 맞게 개조된 여느 가옥들과는 달리 전통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숙박을 위한 공간인 사랑채와 문간방, 아가씨방에도 텔레비전 등과 같은 현대 문물은 일절 들여놓지 않았다. 화장실도 일부러 멀리 뒀다. 시원한 찬 공기를 마시며 밤하늘의 별을 보는 쏠쏠한 재미를 선물하기 위함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숙박을 예약한 손님들을 위해서 직접 군불을 때 방을 따뜻하게 한다. 겨울철에는 방을 데우기 위해, 여름철에는 비 오는 날의 습기를 없애기 위해 참나무를 태운다. 아궁이와 연결된 굴뚝은 흙과 기와를 겹겹이 쌓아올려 우뚝 세워 놓았다. 이 모든 것이 가옥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을 듬뿍 받아갔으면 하는 주인장의 배려다.

김정은 가옥에 얽힌 재밌는 일화도 많다. 숙박인들이 머무르는 ‘아가씨방’에 얽힌 사연과 가옥의 첫 번째 주인이었던 김영집 씨의 ‘부자설’이 그것이다. 인심 좋은 주인장이 해준 가옥에 관한 일화는 추운 겨울 이불하나를 나눠 덮고 듣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까지 생각나게 했다. 

상쾌한 가을 공기를 그대로 마시며 둘러본 김정은 가옥은 좋은 사람과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모두가 한번쯤 찾는다는 전주의 한옥마을 부럽지 않은 전통가옥이 춘천에도 있다는 것은 바쁜 우리에게 큰 발견이다. 춘천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교환학생들에게 역시 좋은 추억이 될 만한 공간이다.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데도 매번 찾아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김정은 가옥은 진정한 한옥다운 한옥이라고 자부 할 수 있다”는 주인 김남영 씨의 말처럼 김정은 가옥은 ‘명품’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지는 여정이겠지만, 멀지 않은 곳으로의 아늑한 여행이 주는 위안다운 위안이 큰 힘이 될 것이다.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좋다. 혼자는 물론, 가족과 연인 그 누구와 함께라도 좋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김정은 가옥은 언제든 당신을 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