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공감과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요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 대신 ‘아프니까 대학생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그만큼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학업과 자신이 책임져야 할 미래에 대해 고뇌하고 노력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말이다.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졸업 후에 대기업에 취업하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에 취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필자 또한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선 자연스럽게 휴학과 졸업 후 취업 계획에 대한 고민을 늘어놓게 된다. 얼마 전 친구와 점심을 먹던 중 친구는 대외활동으로 바쁜 친구들과는 달리 정작 자신은 쌓아놓은 스펙이 없다며 휴학 후에 인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친구로부터 ‘쌓아놓은 스펙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자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그동안 정말로 내가 원해서 했던 대외활동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요즘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예전처럼 공부만 잘하는 인재가 아닌, 다재다능한 ‘알파형’ 인재를 원한다. 심지어 취업 8대 스펙이라는 목록이 생겨날 정도로 기업의 입사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우수한 학업성적과 토익, 토플, 인턴십을 포함한 대외활동 즉, 스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스펙 쌓기’ 열풍이 단순히 사람의 가치를 서열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며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빛 좋은 스펙을 만들뿐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펙 쌓기 열풍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위기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한 대외활동보단 인지도가 있고 소위 스펙 쌓기로 유명한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몇 달 전 필자는 한 제약회사에서 매년 주최하는 국토대장정에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무래도 유명 제약회사에서 매년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쓸 만한 스펙으로 각광받는 대외활동이었기에 한 번에 붙는 일이 이상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까지 평균 100: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명 대외활동 중 하나였다. 필자는 육체적 한계와 수많은 난관을 겪고 완주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국토대장정마저 스펙이 되어가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왜 우리는 내 자신이 원하는 인간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틀에 맞추어 성장해야 할까? 대학은 고등학교까지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사원을 채용할 때 얼마나 많은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어떤 재능과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어느 순간 내 자신도 보여주기식 스펙 쌓기 열풍의 추종자가 되어있지는 않는가? 우리 각자가 어떤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