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 다니는 H양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용해온 휴대전화에서 번호이동을 통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 신제품이지만 대리점의 보조금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일주일 후, D군도 쓰고 있던 스마트폰의 액정이 손상돼 H양과 같은 최신기종으로 바꾸게 됐다. 하지만 D군은 H양보다 25만 원을 더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어떻게 불과 일주일 차이로 같은 휴대전화 값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바로 이번 달부터 시작된 ‘이동통신 단말기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단통법, 그 내용은?
단통법은 지난 5월에 통과돼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내용은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매 시기나 장소, 가입유형에 의해 판매금액이 서로 다르지 않도록 보조금을 동일하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를 차별하는 지원금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요금을 내리고 휴대전화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래서 전국의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매장 어느 곳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해도 가격이 동일하다.

더불어 단통법에서는 각 이동통신사가 책정하는 휴대전화의 기종과 요금제 지원금을 홈페이지와 대리점에 공시하도록 했고 한번 공시하면 최소 일주일 간 변경이 금지된다. 통신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지원금과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지원금을 구분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보조금이란 말도 ‘지원금’이라고 바꿔 부르기로 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단통법 시행 전에는 장기고객에게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착한기변(SKT), 좋은기변(KT), 대박기변(LG U+)이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 소위 ‘대란’이라고 불리던 파격가 판매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신단말기(G3cat6)의 경우 3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지만 이제는 가장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도 10만 원 정도다. 이에 제조사는 출시 15개월 이상인 단말기에 4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통신사에서는 공기계를 사서 약정을 가입한 이용자에게 매달 12%의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금보다 고객 부담금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단통법 시행 전에 일평균 2만 천여 건에 이르던 신규가입과 번호이동건수는 6천 5백, 8천 4백 건으로 급감했다.

신규모델 뿐만 아니라 구형모델의 가격도 올랐다. 기존에 지급됐던 보조금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단가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삼성 갤럭시 노트3만 단통법 시행 이후에 출고가가 인하됐다. 하지만 인하한 금액은 7만 7천 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LG U+ 대리점에 근무하는 원도연(22ㆍ직원) 씨는 “단통법이 적용된 뒤로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소비자들도 휴대전화 별로 지급되는 지원금 공시 포스터를 보더니 부담을 느껴 주저한다”고 대답했다. 또 원 씨는 “중고폰과 해외제품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외국 제품가격의 2~3배나 돼
단통법으로 국산 단말기 가격은 미국ㆍ일본보다 2~3배나 높아졌다. 갤럭시 노트4의 경우 최고요금제에 2년 약정으로 87만 7천 원에 구매해야 하지만, 미국의 경우 요금제 무관에 같은 약정으로 32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 단말기 제조사나 일류 기술의 통신사가 없는 것이 아니기에 반발은 더 크다. 국내 소비자들 간의 가격 차이는 없어졌지만 외국과의 가격차이가 높아졌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해외시장만큼 국내시장을 신경 써야 한다’며 단통법을 ‘전 국민 호갱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3년 후 단통법 폐지설은 낭설
일각에서 단통법이 3년 뒤에는 폐지된다는 이야기는 루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자들은 제조사의 지원이나 출고가 인하가 이뤄져야만 예전 가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명주(사학ㆍ1년) 씨는 “휴대전화 가격을 통합하는 시도는 괜찮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더 비싼 값에 사야하는 것이 문제”라며 “통신사들도 단말기가격에 따라 지원금이 정해져서 질이 아닌 가격경쟁을 하게 됐다고 하는데 이 불이익은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부담이 돼 외국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