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책 읽기를 좋아했던 학생들도 도서관으로 향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대산 신용호가‘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남겼듯, 책은 자아나 가치관 형성에 크나큰 역할을 한다. 

특히나 대학 생활에서의 독서는 지식 습득은 물론이요, 성인으로서의 이해력과 탐구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 독서로 쌓은 간접적인 경험은, 인생에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한 가지 일에 부딪혔을 때 귀중한 사료(史料)로도 쓰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을 만드는 책’이 사람에 의해 망가지고 고통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970여만 권의 도서 중 16%에 해당하는 160만여 권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집은 이미 이전 대출자가 답을 체크해 뒀거나, 요리나 여행 관련 도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해 찢어간 경우도 있다고 하니 공공 도서관 도서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 일송기념도서관에 소장된 도서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학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학생들은 전공서적을 많이 대출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낙서나 찢김 등으로 훼손됐다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읽고 싶었지만 맨 앞장에 범인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 책을 받아든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이 또한 다른 대출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도서 훼손이다.

우리 대학 도서관에는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고서적과, 학생들의 학문 양성을 위해 각기에서 기증한 도서들도 많다. 그런 도서들을 소중히 여겨 대대로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은 뒷전이고, 본인 소유의 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훼손을 일삼는 것은 어느 때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대학생들이 행동할 바는 아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왜 이렇게 책이 훼손돼 있느냐’고 말할 정도니,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그럼에도 무심코 너도 나도 책을 훼손했다가 책을 버려야 할 상태까지 다다르게 된다면, 우리 대학 도서관에서 중요한 지식이 하나씩 버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필요해 찢어버린 페이지가 누군가에게는 그 책을 빌리는 유일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부천 소재 ‘해밀도서관’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올바른 도서 이용과 애정을 심어주기 위해 ‘도서, 찢어진 양심전’을 주제로 훼손 도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도서관의 도서 가운데 심한 낙서로 다른 사람의 이용이 불가능하게 된 도서, 물이나 커피 등으로 오염된 도서, 책의 내용 중 중요한 사진이나 그림들을 오려 가져간 도서 등 파손, 훼손된 도서 50여점을 전시했다. 해밀도서관 뿐만 아니라 부경대학교 도서관, 부산광역시립명장도서관, 은평구립도서관 등 전국 도서관에서 훼손 도서 전시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나 심하게 훼손 됐으면 ‘전시회’까지 열릴 정도일까? 

공공 도서관의 도서를 훼손하는 것은 빌린 도서가 본인의 책이 아니기 때문에 막 다뤄도 된다는 이기적인 태도에서부터 나온다. 이 전시회로 도서관 이용자들이 도서를 이용하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우리 대학 도서관도 훼손 도서 전시회를 실시할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물론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개개인의 도서 이용 인식 개선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만 해서 ‘의식있는’ 대학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지식의 창고인 도서관의 자료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 또한 ‘문화의식’을 쌓는 일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기 전, 문화의식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