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 포털 사이트에 ‘제1회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검색어가 올라왔다. ‘이런 대회도 다 열리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검색어를 클릭해봤다. 멍 때리기 대회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니 초점 없는 시선으로 멍 때리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회의 참가자들은 성별, 나이, 사는 곳을 따지지 않고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누가 더 ‘멍’을 잘 때리는지를 겨뤘다. 대회 중에는 심하게 움직이거나 딴짓을 하고 제대로 멍을 때리지 않는 사람은 실격이며, 가장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는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었다. 대회의 우승자는 최연소 참가자인 초등학교 2학년 9살 김 모 양이였다. 김 양의 어머니는 학원 선생님께 아이가 수업시간에 자주 멍한 상태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을 많이 냈는데 이색 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는 소감을 전해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기술이나 재주를 겨룬다는 의미의 단어 ‘대회’. 사실 멍 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기술이나 재주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주제로 대회가 열리게 되고, 그 대회가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빨리’라는 단어를 외치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멍 때릴 시간조차 없다는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존재 자체로 우스꽝스럽지만 슬픈 대회가 바로 멍 때리기 대회다.

가만히 앉아 혼자 생각에 잠기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울긋불긋한 단풍을 바라보고 있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사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늘 하늘에 구름이 몽실몽실 얼마나 예쁘게 피어났는지, 밤하늘의 별은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현대인들은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탈이라도 난 듯 올해는 사건ㆍ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누군가 마음 추스르느라 바쁜 한 해였다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급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그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멍 때리기를 시도한다. 멍 때리기 대회를 포함한 명상, 요가, 사우나 등이 그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정적인 활동을 택하고 있다. 

멍 때리기 대회의 우승자 김 양은 ‘멍’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아무리 할 일이 쌓여있고 바쁘더라도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나마 멍 때려보는 것은 어떨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라는 이 대회의 취지처럼 말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양보해보는 것이다. 멍한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