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깔아놓은 멍석, 놀고 간들 어떠하리’라는 재미있는 음식점 이름을 보았다. 간판의 한 문장이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이렇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현대사회는 바쁘게 돌아간다. 현대에서 미래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이면서 현대인들은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을 넘어 현대사회는 소프트웨어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보가 재화가 되는 사회에 막 입문한 현대인들은 정보의 과잉으로 혼돈을 겪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특히 인구수가 적고 세계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국은 더 심하리라본다.

최근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 시청률이 4.7%를 기록했다. 현대인들의 공감을 산 드라마 미생은 현재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 중 주인공은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빨리 돌아간다.’라는 인상 깊은 독백을 한다.

현대인들은 빠르게 회전하는 사회라는 소용돌이 속에 살아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는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 그리고 빠르게 돌아간다는 사회는 어떤 사회를 말하는 것인가? 단순히 발전의 속도가 빠른 사회를 말하는 것인가?

빠른 세상은 단순히 기술 발전의 가속화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교통이 발달하고, 세계 네트워크가 확립됐으며, 정보수집 시간과 일에 대한 소모시간이 단축되면서 사회가 빠르게 돌아가는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사회가 빠르다고 느끼는 진정한 이유는 안정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이면서 현대사회는 기술 발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부터 탈피할 수 없었다. 기술 발전이 개인의 삶의 질은 높였지만 대중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ㆍ사고 또한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즉 현대인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할수록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노동의 부담 등 책임감 또한 안아야 하는 것이다.

1969년 NASA는 인간을 달로 쏘아 올렸다. 인류 발전의 위대한 업적이자 큰 사건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쓰는 하나의 스마트폰이 69년 NASA의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 보다 성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NASA가 인간을 달에 쏜 것보다 엄청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사회를 구성한 것은 개인과 개인이지만 이미 발전에 가속 붙은 사회는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마치 인간이 만든 로봇이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되어 인간에 대항하는 공상영화 같이 기술 발전은 이미 인간이 손쓸 수 없게 되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모든 것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몇 가지 발전 속도가 더뎌진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철학’의 발전이다. 철학과 현대 인문학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현대인들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여유란 자신을 돌아보고, 찾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여유를 찾기란 힘들다. 정보의 과잉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인문학이 발전한 이유는 아고라에서의 끊임없는 토론이었다. 나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인간을 살피고 자연을 살피면서 인문학은 발전했다.

잠자기 전 독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터지는 사건ㆍ사고와 미디어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 끌려 다니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대사회의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대학생 대부분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과 잦은 직장 이동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인들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아직 찾지 못한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언젠가 사고가 날 것이다. 그 사고는 어떤 사고일지,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세계 3차 대전이 될 수도, 국가 단위가 해체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안정된 정착을 하지 못할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현재 겪고 있는 사건들을 통해 사고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무언가를 찾아야한다. 그리고 여유를 가져야한다.

/ 석대성 (언론ㆍ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