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인천이고 지금은 우리 대학교 학생생활관 8관에서 살고 있다. 학기 초에는 한 달 동안 인천에서 춘천까지 통학했었는데, 통학하면서 얻게 된 건 피로와 감기뿐 이었다. 처음 한 달을 끝으로 지금까지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이 있는 춘천에서 살고 있으며 통학은 물론 이제는 집에 간다는 게 어색할 정도로 춘천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살다 보니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노는 경우가 허다했고, 끼니를 거르는 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과제를 덜 끝마쳐도, 시험 전날에 공부를 안 해도 시간을 내서 기숙사가 같은 친구들끼리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그 날 밤에 만나서 꼭 이야기한다. 가족들과는 짧은 전화통화조차 귀찮아하면서 말이다.

며칠전, 지역사회교육론이라는 교양 과목에서 ‘가치’를 주제로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가족, 친구, 여행, 목표, 꿈, 행복, 돈, 명예 등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 10가지를 정한 뒤 하나씩 덜 중요한 가치들을 버리며 마지막으로 남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았다. 친구를 위해 꿈을 버리고, 행복을 위해 돈을 버린 뒤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가족’이었다. 나에게 가족은 꿈, 친구, 돈, 행복 등과 견주었을 때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그런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항상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가족인데,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조차 귀찮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 축제기간 때 부모님께 3일 동안 전화 한 통 하지 않아 큰 걱정을 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3일에 걸쳐 외박계를 작성하고 밤새 축제를 즐겼다. 축제가 끝난 날 아침 일찍,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걱정하던 수화기 너머의 엄마 목소리가 아직 잊히지 않는다. 친구들과 수다 떨 시간은 없어도 만들어내면서 1분 2분이면 끝날 부모님과의 전화통화는 왜 이렇게 귀찮고 힘든 건지 다시는 이러면 안 되겠단 생각에 많은 반성을 했다. 대체 나는 가족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저녁마다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는 먼저 끊어버리기 일쑤고 아빠와는 많아 봤자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전화통화를 한다. 타지에 있는 딸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외면한 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자기 합리화나 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이켜보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잘 보살펴야 한다. 소중한 것은 곁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는 나에게 그리고 내 가족들에게 ‘가족’은 하루를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바로 핸드폰을 꺼내 당신의 소중한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