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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동화나라 ‘오색별빛정원전’에 가다
김선애 기자  |  ksa08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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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9  17: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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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지현 부장기자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3월. 알록달록 화사한 갖가지 꽃들도 봄을 맞아 서서히 움틀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꽃이 피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이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러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꽃과 나무가 사는 수목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기다리며 나무들은 몸에 별빛을 달았다. 해가 지고 고요한 어둠이 찾아오면 달빛 아래 잠들어 있던 정원이 하나둘 깨어난다. 개강 후 바쁜 생활에 대한 걱정에 잠긴 우리 대학 청춘들을 위해 준비했다. 잠시 도심을 떠나 환상적인 경관을 이루는 밤의 정원에서 낭만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봄꽃을 맞이하기 전 반짝반짝 동화 속 세상으로 변신한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정원전’에 다녀왔다. 

새 학기, 새내기와 함께 우리 대학에도 봄이 찾아왔다. ‘봄’하면 ‘꽃’을 빼놓을 수 없지만 아직 개화를 한 달 가량 앞둔 지금 바람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세차다. 하지만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은 동절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올해로 제8회를 맞은 ‘오색별빛정원전’ 덕분이다. 오색별빛정원전은 10만여 평의 야외 정원 곳곳을 다채로운 조명과 빛으로 꾸며놓은 야간 조명 점등행사다. 초목이 잠든 동절기에만 열리는 이 행사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바쁜 일상 속 잠시 ‘힐링’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축제 현장을 찾았다.

수목원에 가기 위해 먼저 춘천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청평역에 내린 후 도보로 약 15분가량 걸어 청평 터미널로 이동한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수목원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동 시간은 15분 정도 소요되며 약 1만5천 원의 요금이 든다. 버스로 이동한다면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평행 버스를 타고 청평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수목원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수목원에 도착하자 멀리서 반짝이는 전등 불빛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해 질 무렵이라 이미 점등을 한 모양이다. 어두워진 후에야 점등을 시작할 수 있으므로 점등 시간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매표소에는 오늘의 점등시간이 적혀있는데, 보통 오후 5시 30분을 전후로 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주말 9천원, 평일 8천원이다. 오후 6시 30분경, 표를 끊고 수목원 내부로 발길을 옮겼다. 입구부터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구가 아름다운 빛을 뽐내며 관람객을 반긴다. 연인 또는 친구, 가족과 함께 찾아온 관람객들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목원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여럿 보인다. 기자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한 노부부는 같은 색의 외투를 입고 다정한 포즈를 지었다. 이번 정원전의 테마인 ‘With love’에 잘 어울리는 광경이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화려한 전구로 꾸며진 별빛터널이 보인다. 가까이서 보니 흰 나뭇잎 모양의 조형이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다. 터널을 걷자 마치 한가득 핀 벚꽃 사이를 거니는 기분이다. 눈부신 별빛터널을 지나면 본격적인 ‘동화 나라’ 입성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분재정원에는 사랑스런 백조 한 쌍과 하트 모양의 장식이 즐비하다. 분재정원은 커다란 단풍나무를 비롯한 분재형 나무들이 어우러진 장소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이 많다. 그 중 경기도 오산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공윤식(24) 씨는 “일이 바빠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만나는데, 인터넷에서 특별한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다가 오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예뻐서 마치 동화 속에 온 기분이네요”라며 감탄했다.

분재정원에서 큰 길을 따라 걷자 수목원에서 가장 화려한 하경정원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지도 모양을 하고 있는 전시 정원이다. 나무에 감긴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은 탄성을 절로 나게 한다. 화단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뿜는 빛은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같다. 하경정원의 한 쪽에는 화려한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전망대 위에서 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오색별빛정원전을 감상하기 위해 충청도에서 찾아왔다는 이강연(59) 씨는 “처음에 수목원에 들어서자마자 ‘신의 정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경치를 극찬했다.

하경정원을 지나면 달빛정원으로 통해져 있는 하늘길이 나온다. 나무를 휘감은 조명과 그 위에 매달린 나비 모양 전구가 신비로운 느낌을 더한다. 길옆에 서있는 마로니에 나무에는 동그란 조명들이 열매처럼 매달려있다. 곳곳에 기린, 다람쥐, 사슴 등의 조형물이 빛을 발하는 달빛정원은 꼭 요정이 사는 숲 속 같다. 동화 ‘신데렐라’에 등장할 것만 같은 백마가 이끄는 호박마차도 보인다. 한 쪽에는 관람객들이 잠시 몸을 녹이고 쉬어갈 수 있도록 난로가 있는 작은 쉼터도 마련돼 있다. 이윽고 달빛정원의 가장 꼭대기에 다다르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한 채 서있다. 교회 주변을 지키는 천사 모양의 조형물도 눈에 띈다. 정원의 꼭대기에서 내다보니 동그란 보름달이 정원을 비추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달빛정원이라는 이름에 제격이다.

하루에 1천5백여 명 정도가 방문한다는 오색달빛정원전은 외부 업체가 아닌 수목원 내부 직원 40여 명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한 것이다. 아침고요수목원 검표원 강미순 씨는 “직원들이 직접 나무를 꾸미고 조형을 설치한 곳은 우리 수목원뿐”이라며 모든 장식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 “야외에 꽃이 피지 않는 동절기 3개월간만 별빛 축제를 하는데, 낮보다는 밤에 볼거리가 있어 많은 분들이 일몰 후에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오색별빛정원전은 그야말로 걸으면서 읽는 한편의 동화다. 인공적인 조명 빛 사이에서도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특색이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겨울의 마지막 야경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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