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음반, 영상물, 서적 등 여러분야에 걸쳐 심의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그 만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문제를 ‘인권’이라는 면에서 바라보고 투쟁하는 것이 인권영화제이다. 표현의 자유 보장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추구하는 본질적인 권리라는 것이 인권영화제의 입장이며,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가 ‘주장’되고 ‘전달’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인권영화제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언제나 현재의 과제라고 한다.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서울 아트큐브에서 ‘5.5 인권 영화제’가 열렸다. 인권 운동사랑방 주최로 열린 이 영화제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을에 열렸던 인권영화제는 올해부터 늦봄으로 시기를 앞당기고 장소 또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장소를 광화문 일대에 자리잡은 아트큐브로 정했다. 18일 상영된 개막작은 『세개의 보석 이야기』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속에서 팔레스타인들의 인권유린을 다룬 영화이다. 이는 이미 『갈릴리에서의 결혼』으로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인권 영화제에 소개한 바 있는 감독 미쉘 클레이피의 최근작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시 보는 명작선」이름으로 1999년 올해의 인권영화상 수상작 『열대야』, 2000년 올해의 인권영화상 수상작 『인간의 시간』,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는 『하비 밀크의 시대』 등이 상영됐다.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여러 가지 사회적 담론과 함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 하고 있다. 준비된 한국영화로는 『기억』, 『팬지와 담쟁이』, 『옛날 이야기』가 있었다.

  『기억』은 ‘강제적 전향이란 얼마나 반인간적인갗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담한 단편영화이다. 영화속에서 전향을 강요받는 주인공의 정신적 고통을 진지하게 표현했다. 장애인 자매 수정과 윤정의 생활을 보여주는 『팬지와 담쟁이』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서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속에서는 여성장애인들의 삶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옛날 이야기』는 한국전쟁과 관련해 미국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이다. ‘노근리 학살 사건’이후 속속 드러나고 있는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생존자의 증언과 지역시민 운동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특히 이 세편은 ‘2002년 올해의 인권 영화상’후보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슈 포커스」로는 팔레스타인의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필드 다이어리』, 『록, 종이, 미사일』, 『팔레스타인, 땅의 역사』 등도 상영됐다. 인권 영화제는 그저 영화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인권영화제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에 대한 고발과 잘못된 사회적 인식 등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제는 세계인권선언 제 27조에 명시된 ‘자유롭게 사회의 문화생활에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할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고자 모든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지금의 영화시장은 상업주의에 빠져 있어 돈이 없는 사람은 영화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인간 기본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고, 세계 모든 인간의 인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인권영화제가 우리 영화계의 작은 희망으로 싹터 나가길 기대해 본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