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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인권의식은 근대 시민혁명을 기점으로 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권의식은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구체적인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일-이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인류는 전쟁의 참상과 전쟁과정에서 발생한 나치학살과 같은 패악한 범죄를 직시하게
되며, 이러한 전쟁과 반인류적 범죄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에 세계 모든 정부들은 인간권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 결과로써 인권보호와 세계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이 설립됐으며, 마침내 인권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장전인
“전문 및 총 30조”로 구성된 세계인권선언이 1948년 12월10일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세계인권선언에 이어 유엔을 통한
각국정부들의 노력은 계속되어, 좀더 구체적이고고 체계적인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규준들을 제정하게 되며,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
A협약 ),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B협약 ), 제1선택의정서, 제 2선택의정서, 고문방지조약,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협약
및 의정서, 여성지위에 관한 협약, 여성차별방지협약, 어린이보호를 위한 협약, 소수민족보호를 위한 협약, 외국인노동자 보호를 위한 협약 등 약
30여 가지나 되는 국제협약이 제정됐다. 또한 수감자 처우에 관한 최소기본 지침 등 수많은 선언과 지침이 제정되어 국제인권법과 국제인권규준으로서
인권보호를 위한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 세계의 인권상황은 이러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여전히 암울하다. 현재 약 3천만 명의 난민이
전쟁과 내란, 기아와 질병 때문에 고향을 떠나 유랑하고 있다. 앰네스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약 80개국에 수만 명의 양심수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신념 때문에 구금되어 있으며, 약 70개국에 수만 명의 정치범들이 영장이나 재판 없이 투옥되어 있다. 적어도 120여 개국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며, 작년 한해동안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3,000명이 넘는다. 54개국에서 정부군이나 비밀리에
정부반대자들이나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으며, 작년한해 동안 약 33개 국가에서 2,500여명의 수인들이 사형 집행됐다.
미국정부는 아이티 군부독재정권을 피해 피신해온 수만 명의 아이티 난민을 공해 상에서 되돌려보내고 있으며, 일본정부는 약
10,000명에 달하는 중국난민들을 국제난민조약에 반하여 심사하고 있다. 브룬디와 르완다에서는 투치족과 후투족의 종족분쟁과정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학살됐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노조 결성권과 파업권이 금지되고 있으며 약 20년 동안 약 200만 명의 사람들이 살해됐다. 동티모르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침공이후 인구의 약 1/3인 20만 명이 죽었다. 중국이 점령하고 있는 티벳에서는 독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면 10년형이 선고되고
있으며,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국가에서는 망명자나 외국인들에 대한 경찰의 가혹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에서
발생한 무장분쟁과정에서 약 30,000명의 여성이 군대에 의해 강간을 당했으며,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는 거리의 부랑아들이 소위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매년 수백 명씩 살해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운전면허를 딸 수 없으며, 수단에서는 여성들이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40대의 채찍질을 당한다.
아프리카지역에서는 관습에 의해 매년 200만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할례를 당하고 있다.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는 전 부총리 안와르 이브라힘과
그의 정치적 측근 16명이 기소나 재판 없이 2년까지 구금될 수 있고 이 형량 또한 무한정 갱신 가능하도록 하는 국내 보안법에 의해 체포됐으며,
한국에서는 수백 명의 노조원들이 대규모 실업에 항의하는 대중집회와 파업행위로 구속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수감됐고,
이중에는 텔레반 반대자로 간주된 비 파쉬툰소수 집단 사람들, 특히 하자라 사람들도 포함됐다. 북 인도의 잠무와 카슈미르에서는 힌두 출신의 수십
명의 비무장인들, 여자들, 어린이들이 이른바 무장반대집단에 의해 계획적으로 살해됐다. 미얀마에서는 소수 인종 집단의 사람들이 군대에 의해 강제
노동을 이유로 계속 체포됐다.
경찰관에 의한 인종차별적 폭행은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비롯한 서유럽 여러 국가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에서도
가혹행위에 대한 보고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21세기를 시작하는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공포와 억압이 존재하며 비인간적인 일들은 세계
도처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21세기에는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이 좀더 구체화되고 발전적으로 재정립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냉전 종식
후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인권문제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르완다나 유고슬라비아에서 보듯 대량의 인명살상을 동반한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 갈등은 이전까지의 인권침해와는 그
규모를 달리하고 있다. 또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여성 할례의 문제나 아동 학대의 문제 등 문화적 성격을 띄고 있는 쟁점이 출현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는 기업의 인권에 대한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적 기구나 자본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국민의 인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역시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인권문제의 한 부분 일 수 있다.
또한 최근 과학의 발전에 따른 의학 분야 또는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른 유전자 복제문제 등도 인간 개인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이러한 개별적 인권침해 또는 대량살육과 같은 반인류적인 범죄를 심판하고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상설 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장치와 방법론이 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서방의 각 지역에 대한
견제 및 영향력 확대는 이러한 인류의 기본적인 가치 추구를 위한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각 지역의 패권주의에 대한 이들 국가의 영향력
측면에서의 접근방법론은 소수민족 및 약소국가의 민족자결권과 주권과는 무관하게 국제무대에서 힘에 의한 힘의 지배라는 논리로 전횡되고 있다. 티벳,
코소보, 스리랑카, 동티모르에서 민중의 투쟁은 국제사회에게 인권과 인도주의 관점에서 이들 문제들을 직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힘에 의한
해결을 원하지 않고 있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성에 근거해 인권과 인도주의를 통한 국제분쟁의
해결이라는 대명제로 돌아가야 하며, 역사 속에서 이의 실현이 최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은 한 국가 내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의 문제이다. 이 사실은 인류가 드디어 한 국가라는 테두리를 넘어 세계 지구공동체를
지향하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12억 인구와 인도의 10억 인구가 겪고 있는 자유, 민주, 평등, 환경의 문제는 아시아 민중들의
생활과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미국에서의 인종과 불평등의 문제는 남미 및 세계 모든 민중들의 인권과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다. 정보 통신
및 교통수단의 발전은 인권이 국제적인 문제이자 하루생활이 국제적인 인권문제라는 원칙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문명화된 21세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류가 과학 물질문명의 발전과 함께 인권과 환경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여야 하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 있는 인류에게 국제사회의
질서를 조정하고 해결 가능케 하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권을 비롯한 인류의 가치실현을 위한 세계민중의 연대와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를 위한 노력에 우리 모두는 동참하여야 한다.
/ 오완호(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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