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어렸을 때 흔히들 메들리 삼아 부르던 노래의 첫소절이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어린 아이들에게 진리가 됐고, 그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까지도 원숭이 엉덩이 색을 물으면 서슴없이 ‘빨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원숭이가 빨간 엉덩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참으로 무서운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이 노래를 아직도 아이들은 거리를 다니며 부르고 있다. 그리고 고정관념은 후에 자신의 진리라고 여겨지는 것의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일이 있으면 눈을 흘기게 만든다. 정작 무서운 것은 노래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기는 고정관념이다. 그리고 그 노래를 믿고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 동의다.

  1979년 2월17일 경기도 성남. ‘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아닌 남자가 태어났다. 그리고 1998년. ‘하리수’(물론 이 이름이 붙여진 것은 2001년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부터다)라는 이름으로 남성이 아닌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처음부터 단 한 번도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인간이 자신을 비로소 찾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비아냥, 호기심, 몰이해 그리고 편견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난 14일 밤11시 KBS 시사난타에서 열린 트랜스 젠더 관련 토론만 봐도 그렇다. 이날 참석한 패널인 박영률 목사는 신분과 맞지 않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1에서 2로 바꿔주면 범죄에 사용될 가망성이 많다”, “징그럽다”, “여군을 가라”고 하는 등 트랜스 젠더들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했다. 신체적 장애로 태어나 그것을 바로 하기 위한 수술과 성(性)적 장애로 태어나 그것을 바로 하기 위한 수술은 뭐가 다른가? 무엇이 신의 섭리고 무엇이 신의 실수인가?  

  그 방송을 본 하리수 씨의 팬들은 법적대응 권유 및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고, 심지어 같은 종교계에 종사 중인 네티즌은 대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이 시사난타 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것은 17일 하루만 해도 약 160건이나 된다. 이는 그 프로그램이 엄연한 인권유린의 생생한 현장을 4천만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놓고 보여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 트랜스 젠더를 이해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빌어서 트랜스 젠더들을 모두 변태로 몰고 더러운 쓰레기 취급을 한 네티즌도 있다. 물론 어느 한가지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상반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극도로 심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트랜스 젠더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글을 남기는 사람을 갖은 욕설로 변태 취급하는 짓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트랜스 젠더에 대한 지식, 변태의 정의 및 모든 논리도 다 잊고 감정에 충실해 입만 놀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성(性)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 성은 불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리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사람들은 주로 고정관념에 새로운 사건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그러다보니 믿고 있는 진리와 거리가 멀어지면 두려워하며 ‘그들’로서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예전의 다수가 만들어놓은 사회 통념과 고정관념 속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 이들을 보고 넘긴다. 하지만 인정하자. 다수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해도 되는 소수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