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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campus라는 공간에 기대하는 것 - 하나의 이미지랄까 - 은 일반 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열려있음이다. 개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고 따라서 누구나 발언권을 가진, 거기에 젊음이라는 내공(?) 하나로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는 사람들.
그들이 대학생이라는 것이다.
가족이나 사회 속에서 여성이 2등 시민으로 대우받듯, 대학 내에서도 여학생은 주변적 / 부수적인 존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도 여학생들이 ‘끼지’않는 일이 무어냐고 한다면, 여성들은 이미 이 대학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고 한다면 이런 현실을 짚고 싶다.
우선 단적인 예로, 학생회 간부들의 비율을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정-부회장 후보 또는 현 정·부회장들은 남 /
여로 구성되어 있는 편이 훨씬 많고(나이나 학번 역시 대부분 남학생이 높다. 이는 윗사람에게 쉽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관습적
태도와 부합된다는 생각이다. 회장은 그 타이틀만으로도 권위를 가져야 하니까. 부회장을 다룰 때에 좀 더 내세울만한 명분이 되지 않을까.) 행사나
사업이 있을 때 실질적인 중심(세력?)은 남성인 회장에게 주어진다. 우연한 숫자만을 가지고 너무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회를 세심히 들여다보면, 한 가정을 꾸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회장은 대외적인 일(등록금 투쟁이나 과 행사의 틀 잡기)을, 부회장은
과 내의 세부 사안이나 학생회비 관리(주부로 따지면 가계부 정리와 같은) 등을 다루는 데에서 성별 분업에 기초한 부부의 공·사 구분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체육 대회나 MT 등의 행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지만 ‘주류’라 할 수는 없다. 체육 대회를
든다면, 여학생들이 직접 선수로 뛸 수 있는 종목은 남학생들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차라리 응원석에 가면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여학생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게 만든 - 스포츠에 재미와 열성을 가지지 못하게 한 - 체육 대회의
성격이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여학생으로서의 내가 경험한 것은, 어떤 한계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선(gender의 문제)을 벗어나면 매우
집단적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제재와 압력이 가해진다. 기존의 질서 체제를 유지하려는 힘, 아무리 격렬한 시비를 걸어도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여학생은 좌절하고 절망한다. 강의 시간에 “여자들은 취업 걱정 안 해도 된다. 결혼해서 편히 살면 되지 않느냐”는 교수의 말이 자존심
상하고, “여자도 담배를 피다니…. 세상 말세군.”하는 쑥덕거림에 신경이 곤두서고, “점점 예뻐진다.”며 훑는 시선에 소름이 끼친다. 특히
성폭력 문제는 사회의 그것과 심각성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
술자리나 MT, 새터, 여학생 또는 남학생의 자취방, 학내 곳곳에서 성폭력의 위험은 산재해 있다. 친밀감의 표현으로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한다든지, 분위기를 띄운다는 명목 하에 저질스러운 게임을 하거나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사람, 술에 취하거나 잠든 사이에 추행하는
경우, 술자리에서 교수님과 블루스를 추라고 여학생의 등을 떠미는 남학우 등 형태 다양하게 대학 내에서 성폭력이 이루어진다.
피해 여학생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것은 성폭력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 불리한 현실을 깨닫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우선 가까운 사람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다음, 거기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껄끄러움이나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감당해야 하는 제2의 피해(수치심 같은), 마땅히 호소할 곳이 마련되지
않은 성폭력에 무감한 학교당국 등 갈 곳 없는 성폭력 피해자는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으로 묻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대학에서 여성의 주체성 / 정체성은 무엇인가. 인권을 이야기하자면 그것을 고민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걸음으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여학생들에 대한 어떤 이미지 - 몸치장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공적인 일에 있어 남학생보다 능력이
덜할 것이다, 수다 떨고 맛있는 것 먹기만 좋아한다 등등 - 를 버리고 각 개인을 한 사람 / 인격체로서의 색깔을 보아준다면, 그리고
‘존중’이라는 인간관계의 가장 소중한 예의를 발휘한다면 학내에서 여성의 인권 신장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
/ 여성주의 공동체 <날> 이유진(인문·철학·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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