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내가 일주일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나는 학교 근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일명 ‘알바몬’이다. 화, 수, 금, 그리고 토요일. 이렇게 일주일에 4번,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계산대를 지킨다.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유부터 말하자면,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친구들이 받는 만큼 평균적인 액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 돈으로 원하는 것을 더 사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다. 자취를 하고 있다 보니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이유도 크다. 그래서 지난 1월쯤,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인구직란을 보고 이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나중에 사장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이 자리에 지원한 사람이 나를 빼놓고도 여덟명이나 됐다고 한다. 월급을 받으면 주로 사고 싶었던 옷, 가방, 화장품 등을 구입하거나 생활비로 사용한다. 버는 것은 어렵지만 쓰는 것은 금방이다.

4천원. 한 시간을 일하고 내가 받는 돈이다. 사실 최저임금인 5천580원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요즘 최저시급을 지키지 않는 업소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는데, 내가 일하는 곳도 그렇다. 그런데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내게 이만큼 가깝고 적당한 위치의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가장 좋은 점은 아르바이트 도중에 내 일을 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 노트북을 가지고 간다. 손님이 안 계시면 노트북으로 과제도 하고, 과제할 일이 없을 때는 영화도 본다. 이렇게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일을 하면서도 내 시간이 많은 것 같아서 좋다. 또 내가 아니더라도 이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급이 적어도 그냥 하게 된다. 사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일이 편하기도 하다.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 물건 정리도 모두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게에서 음료 쪽만 정리를 한다. 그런 점이 편하다. 또 아무래도 마트에 먹을 것이 많아서 자꾸 사먹게 된다. 요즘은 피곤해서 당이 떨어지니까 초콜릿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초콜릿을 몇 개 사먹으면 몇 시간 일한 만큼의 돈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버는 돈이 쏠쏠하다. 최저 시급에 못 미치긴 하지만 월급 들어올 때 통장을 확인하면 꽤 많이 받는 것 같다. 일할 땐 힘들지만, 막상 돈이 들어오면 나쁘지 않아서 일을 계속 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면서 과제가 많을 때가 특히 힘들다. 사실 과제만 없어도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보통 오후 6시에 수업이 끝나는 날이 많아, 늘 집에 다녀올 시간도 없이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다. 게다가 학기가 시작하고 매주 해야 하는 과제가 많이 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시간에 과제를 모두 마치는 것이 좋겠지만, 거의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과제할 시간이 따로 나지 않아 결국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과제를 한다. 하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고 계속 올 때도 있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집중하기 힘들다. 결국 과제 제출 마감 시간을 초과한 적도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씻고 정리하다보면 기본적으로 새벽 3시는 훌쩍 넘는다. 하는 수없이 밀린 과제를 하다 잠이 들고, 다음 날 또 다시 아르바이트 중에 과제를 한다. 이렇게 과제가 많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근 수면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르바이트는 새벽 2시에 끝나는데, 수업이 늘 1,2교시부터 시작한다. 거기다가 과제도 워낙 많아서 평균적으로 3~4시간 밖에 못 잔다. 그 때문에 오전 수업 시간에 자꾸 졸게 된다. 아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에 시험을 치룬 적이 없어서 학점에 영향이 갈 지는 모르지만 성적이 걱정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공부해야하는데, 그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육체적으로도 지쳐서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이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밥을 먹지도 않고 무조건 잠을 잔다. 여러 가지로 일이 겹치면 밥을 굶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일요일은 잠만 자다가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은 손님들 때문에도 힘들다. 새벽 시간까지 일하다보면 술에 취한 손님들이 많이 온다. 만취한 상태로 와서 다른 가게에서 산 물건을 우리 가게 진열대에 놓고 간 손님도 있었다. 꼭 술에 취한 손님이 아니더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손님이 많다. 한 분은 가격이 비싸다며 제대로 된 가격이 맞냐고 물어 가격 확인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물건을 사지도 않고 화를 내며 계산대에 던지고 나갔다. 손님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때면 기분이 불쾌할 수 밖에 없다. 취객 손님이 ‘어디에 사냐’, ‘어느 학교에 다니냐’, ‘언제 끝나냐’ 등을 물어 대답하기 곤란했던 적도 종종 있다. 여러 상황을 겪으며 돈을 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새벽에 귀가하다보니 밤길이 무섭다. 마트와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당장 생활 유지에 도움이 되니까 그럴 수도 없다.

이렇게 생활하는 내게 주변 사람들은 “잠 좀 자!”라며 안타까워한다. 얼마 전에 남는 시간에 친구와 카페에서 과제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다. 그때 친구가 내게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안 해도 할 일이 많은데, 대부분의 저녁 시간은 늘 아르바이트를 하니 말이다. 원래 이번 년부터 토익 공부도 하려고 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대학생으로 살면서, 공부와 돈 두 가지 토끼를 잡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