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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우리 궁궐, 달빛 아래 흐르는 선인들의 숨소리야간 개장, 덕수궁에 가다
김선애 기자  |  ksa08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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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4  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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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가운데 옛 조선의 역사가 녹아있다. 높은 빌딩 사이에서도 잠시만 눈을 돌리면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의 궁궐들이 보인다. 특히 최근 서울시의 몇몇 고궁들이 야간 개장을 시작해 시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기자는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심에 서 있는 덕수궁에 다녀왔다.

덕수궁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를 해야만 야간 관람이 가능한 경복궁이나 창경궁과는 달리, 덕수궁은 따로 예매하지 않아도 상시 야간 관람이 가능하다. 또 만 24세 이하 청소년들은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입장료가 무료다. 춘천에서 덕수궁까지 가려면 ITX-청춘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우선 춘천역에서 ITX-청춘 열차에 탑승해 용산역까지 간 뒤, 1호선 전철로 갈아타 시청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춘천역에서 시청역까지의 이동 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또 시청역에서 덕수궁까지는 도보로 약 3분이 소요된다. 덕수궁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입장은 오후 8시까지만 가능하다. 단,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니 유의해야 한다. 입장료는 만 25세 이상의 성인 기준 1천 원이다. 또한 매표소에서 5백 원에 판매하고 있는 안내 책자는 각 건물에 얽힌 자세한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기에 유용하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때 불탄 궁궐들을 대신해 선조의 임시 거처로 지어진 곳으로 본래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경운궁은 1897년 대한제국의 출범과 동시에 전성기를 함께 했다. 고종이 경운궁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한 뒤 대한제국이 세워졌고, 그에 따라 경운궁은 정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종이 황위에서 물러나며 지금의 명칭인 덕수궁으로 불리게 됐다. 기자는 오후 7시쯤 덕수궁에 도착했다. 해 질 녘의 덕수궁 입구는 고즈넉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은 ‘한양이 창대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한문은 조선이 근대화된 대한제국으로 새로이 태어남을 상징한다. 
 
대한문을 지나면 한적한 숲길이 펼쳐져 있다. 대한문 바깥에 펼쳐진 빌딩 숲과는 사뭇 대조된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전과 현대가 마주 보고 있는 듯하다. 산책하듯 길을 걷다 보면 중화문이 보인다. 중화문은 국가의 공식적 행사가 치러졌던 정전인 중화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중화문부터 중화전까지는 벼슬의 높낮이 순으로 품을 새겨 세워둔 돌인 품석이 줄지어 있다. 가장 앞에 놓인 정일품이 최고의 품계다. 정일품 품석을 지나 중화전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황제를 뜻하는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 중화전 내부를 들여다보자 황제가 앉았던 어좌가 보인다. 어느새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빛나는 중화전의 모습이 아름답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산책 삼아 덕수궁을 찾았다는 천동철(40ㆍ서울 성동구) 씨는 “덕수궁은 상시 야간 개장을 하고 있어 낮에는 볼 수 없는 궁궐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밤이라 풍경이 더욱 운치 있고, 바람도 시원해 요즘 같은 날 찾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중화전의 바로 뒤편에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거처했던 즉조당과 고종이 업무를 보던 준명당이 있다. 즉조당은 덕수궁의 모태가 된 건물이기도 하다. 그 옆에 자리한 석어당은 현재 보수공사 중으로 9월 6일까지 관람이 불가하다. 석어당을 지나면 고종 황제가 휴식을 즐기던 건물인 정관헌이 있다. 정관헌은 1900년경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한식과 양식을 절충해 만들었다. 우리의 전통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다른 궁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정관헌 안쪽에는 고종 황제가 커피를 마시며 연회를 즐겼다는 테이블과 의자가 재현돼 있다. 근대화가 이뤄진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정관헌과 함께 덕수궁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근대식 건물은 석조전이다. 석조전은 고종이 잠을 자거나 업무를 보기 위해 10년에 걸쳐 지은 석조건물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과 서양식 건축법이 혼재된 정관헌과는 달리 석조전은 완전한 서양식이다. 18세기 유럽의 궁전건축양식을 따라 독특하며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석조전과 같은 서양식 건물은 대한제국의 근대화 정책 중 하나로 지어진 것이다. 학교 기행 동아리에서 단체로 덕수궁을 찾았다는 한깃(23ㆍ서울 성북구) 씨는 “덕수궁은 다른 궁과는 다르게 서양식 건물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석조전은 미소공동위원회를 이행했던 곳인 만큼 분단된 우리 역사의 근원 등에 대해 더 알아볼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석조전 앞에 자리한 정원과 분수는 특히 서양적이다. 우리 조상들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이 자연의 이치라 여겨 물이 거꾸로 치솟는 분수는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조전 앞에 마련된 정원에서 분수의 조명을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이 많다. 석조전 내부의 1층과 2층은 작년 10월 복원이 완료돼 대한제국역사관으로 개관했다. 관람을 원하면 덕수궁 홈페이지(www.deoksugung.go.kr)에서 정해진 시간에 사전 예약을 해야한다. 특히 매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에 예약을 하면 특별안내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유익하다.

흔히 우리는 서양에 비해 우리 고궁이 수수해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는다. 하지만 덕수궁은 근대화의 살아있는 장이며 흥미로운 볼거리도 많다. 궁이 큰 편이 아니므로 가족, 친구, 연인과의 산책길로도 적당하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덕수궁을 달빛 아래 거닐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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