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나랑 틀려” 우리는 가끔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을 쓴다. 그러나 ‘틀리다’와 ‘다르다’는 표현에 상반된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틀리다(wrong)’는 ‘옳지 않다’, ‘다르다(different)’는 ‘같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사회에서나 대다수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다른’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그들은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틀린’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을 당해온 많은 이들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동성애자, 그들도 이제 더 이상 잘못된 편견이라는 음지 안에 틀어박혀 있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대학가 중심으로 동성애자 인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그 당시 만들어진 서울대 동성애자 인권 동아리 ‘마음 006’, 연세대 이반 공동체 ‘컴투게더’, 고려대 동성애자 인권모임 ‘사람과 사람’ 등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창단 이후 동성애자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동성애자 인권모임 ‘사람과 사람’의 대표 이지훈(가명·이학부 2학년) 군을 만났다. 이군은 “아직 재학생 20명 이상이 안돼 동아리 인준을 받지 못해서 동아리방이 없다”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세미나실로 안내했다. “아직까지는 회원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친목모임 수준이예요”라고 모임을 소개하는 그는 이번 학기에 동아리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내비치며 “다음 학기에 회원수가 더 늘어 동아리로 인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이렇게 애착을 갖고 활동하는 이군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에 대한 주위의 반응을 묻자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없어요. 그냥 활동을 함께 하는 회원들이나 그로 인해 만나는 사람들 정도만 알고 있어요. 그리고 모임 내에서도 아직은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없구요. 솔직히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죠. 동성애자라는 것이 더 이상 사회의 관심사가 되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의 대답으로 인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의 다양성이 인정되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에서는 모임이 창단된 해에 열린 ‘이반 문화제’ 이후 오랜만에 큰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고려대 4.18기념관과 민주광장에서 열리는‘2001 레즈비언·게이 영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려대 ‘여학생 위원회’와 ‘중앙영화연구회 들빛’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이번 영화제에 대해 이군은 “남근적 공간인 고려대에서 남성적 우월주의에 균열을 내고, 동아리 공식 인정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시간이 되면 영화제에 참석해 달라”고 제의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던 도중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있는 이군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왼손잡이여서 불편한 점을 묻는 질문에 “많죠, 특히 지하철 패스 넣는 것이 아주 불편해요. 물론 그냥 오른손으로 넣을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오기가 생겨서 왼손으로 하곤 해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회 속에서 왼손잡이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듯이, ‘일반’ 사람들의 기준으로 맞춰진 고정관념 속에서 ‘이반’인 동성애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감수해야만 하는,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주소가 보이는 듯했다. 오래 전부터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돼 왔던 동성애자…. 그 동안 활발하게 펼쳐 온 인권운동으로 인해 이제는 그 편견의 껍질을 한 꺼풀 벗어 던졌다. 대다수가 오른손잡이이지만 소수의 어떤 사람들은 왼손잡이인 것처럼 동성애자는 개인적 차이일 뿐이다. 이제는 사회의 모든 왼손잡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인권을 신장시켜야 할 때다.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 패닉 왼손잡이 中 -

/ 고진선 기자 dimple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