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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약 이성애자를 이해하기 위해 이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윤락가나 유흥업소만을 찾아간다면 그것이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긍정할 사람이
누굽니까.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를 이해하려 한다며 게이바나 레즈비언바 같은 곳만을 찾는다는 것이 우리 모습 자체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한 단면일 뿐인 것입니다」
한 동성애자가 자신들을 음지로 몰아넣는 이성애자들의 편견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던졌던 말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언제부터 동성애가 사람들에게 금기시 되는 사랑으로 여겨지게 된 걸까?
과거 고대 그리스 스승과 제자 사이의 동성애가 유명한 것처럼 그 시대에는 남성에게 허용된 동성애가 오히려 일반적인 사랑이었다.
동성애는 기독교나 유교의 세계관에 탄압받아 오는 과정속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으로 치부되는 경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성애자의 인권보장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예인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이 이슈화되면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주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도 음지에 내몰려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분명히 과거에 비해 동성애자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고 있고 여러 가지 행동을 준비·시행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행동의 일환으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개최된 대학동성애자 연합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는 임시로
꾸려진 기획단이 3개월간 준비해 인권단체와 전국의 대학 동성애 단체, 개인 신청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충주 아이템플 만강 연수원에서 개최됐다.
“동성(同性)? 동성(同聲)!”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캠프는 그동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심으로 이뤄졌던 대학모임에서 벗어나 각 대학의
소통과 연대를 통한 대학 동성애모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첫 번째 행사라는 데에 의미가 크다.
캠프는 동성애 단체들의 활동내용과 이번 캠프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인사말이 담긴 영상물 상영을 시작으로 정해진 계획에 따라서
진행됐다. ‘동성애와 인권’에 관해서 강연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오완호 사무국장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문화이며 전통이라고 무조건 답습하기
보다 좋지 않은 전통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투쟁을 통해 자신을 이겨내고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내내 투쟁을 통한
인권쟁취를 강조했다.
자신이 희망하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등급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내용에 관한 ‘동성애 사이트와 통신질서 확립법’을 비롯해 동성애자가 에이즈 감염의 주범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에 반박하기 위한‘에이즈
감염인과의 대화’, 동성애자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는‘동성애자가 알아두면 좋은’이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선택해 참여할 수 있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조별 장기자랑과 라틴댄스가 이어졌다. 뒤풀이가 진행된 후 다음날 아침 홍석천 씨와의 대화를 끝으로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캠프에 참여한 MK타운 운영진 이하늘 양은 “이번 캠프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각 대학의 동아리가
함께 모여서 연대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며 “앞으로 이러한 연대를 더욱 강화해 부당한 사회에 맞서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J대 김소희(가명) 양은 “나 자신의 성 지향성이나 생각, 행동들을 표출할 공간이 부족했는데 이번 캠프가 하나의 표출
공간이 돼 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간이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다른 어떤 이유를 배제하고라도 인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당연히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권리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법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로 직장 정리해고의 우선 순위 대상이 되고 에이즈를
퍼뜨리는 암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들은 인권을 찾기 위해서 서로간의 연대를 통해 힘을 모으는
것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대 이선우(가명) 군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가 인식하고 동성애가
우리의 문화로 당당히 인정받기 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동성애자들 간의 연대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통해서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간으로써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한다.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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