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99년 7월초에 에바다 투쟁이 벽에 부딪혀서 대학생들이 농성단을 꾸려서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던 때가 있었다. 7월 12일과 19일에는 바로 앞 종로 거리로 나와서 평화시위를 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불법적으로 폭력유혈진압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나는 12일의 집회 진압 속보를 인터넷을 통해서 접하고선 이틀 뒤인 7월 14일에 명동성당으로 찾아갔었다. 에바다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지만 고등학생일 때부터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지나치면서 접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99년 당시에도 참 오래되고 있는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애인권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사회 일반에서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은 그렇다 쳐도 진보와 변혁을 고민하는 운동사회 내에서도 장애문제에 대한 변혁적 관점이 부재하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동시에 크나큰 벽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복잡한 고민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에바다 문제가 계속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바라보는 심정은?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인가 에바다 문제는 ‘장애인 시설 비리 문제’이다. 그에 얽힌 모순구조는 ‘장애문제와 관련한 모순 + 수용시설과 관련한 모순’ 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가지 모순으로 인해 낙오된 사람들이 가장 최후에 도달하는 곳이 바로 수용시설이다.

  그런데 수용시설의 문제란, 바로 이 배제된 인간에 대한 또 한 번의 착취가 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의문사, 성폭력, 해외인신매매, 강제노역 등의 노동착취, 행방불명 등의 사건들은 이런 상황들을 말해 주고 있다. 바로 이 극도의 ‘비인간성’의 심각성에 비해 그에 대한 발언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바로 수용시설 문제와 관련한 저의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최근의 에바다 상황을 봤을 때도 그렇고 상황들은 계속 악화되어만 가고 있는데 문제제기나 발언은 계속 힘을 잃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할 수 있는 한 끊임없이 싸우고 알려나갈 생각이다.

▲에바다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구체적인 대응책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법을 비롯한)모든 수단을 동원한 뒤에도 해결이 안 될 때에는 정말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 시점에 가서는 언론의 관심도 호응을 잃기 때문이다. 에바다 문제와 관련해서는 마흔 여 개의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연대회의체도 있고 해서 그 쪽에서 다른 대응을 얘기하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대학생연대회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지역(평택)에서 싸우다가 그래도 안 되면 서울로 올라가 도심에서 대중을 동원한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장애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 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애인의 노동을 노동으로 취급하지 않는 자본주의와 그에 딸린 장애인복지법을 비롯한 사회복지 관련법이다. 장애해방가를 보면 그 중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말뿐인 장애복지법조항마저 우리의 생존을 비웃고 있다 노동으로 일어설 기회마저 빼앗긴 형제여 아아 차별의 폭력….’ 우리가 장애인권 신장을 위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위에서 어느 질문에 대답한 것과 비슷한데, 장애문제에서 드러나는 모순에 대한 저항이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