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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꿈꾼다
지난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어린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의 각각의 많은 기념일이 되면 우리는 한껏 고조된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곤 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은 다르다. 고조된 기분으로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복지정책, 잘못된 편견들이 그들을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동안의 고조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의 날은 없듯
장애인의 날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그들이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꿈꿔보자는 것이다.
특성에 맞는 직업교육 선행필수
노동의 권리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노동권에서도 제외의 대상이었으며 불신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고려한 작업환경은 찾아보기 힘들며, 정부의 정책 또한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의무고용 2%를 법에 명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이는 공식적인 통계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전체 장애인중 70%가 실업 상태이며 나머지 30%정도의 장애인들도 대부분 단순 노무직의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그나마
취업상태인 30%의 장애인들도 언제 정리해고 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노동강도나, 시간에 따라 일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것을
요구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한 실정이다.
장애인 실업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수박 겉핥기 수준의 정책과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장애인의 높은
취업률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특성에 맞는 직업 개발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직업개발이라는 것은 조금은 새롭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정형화된 사회 안에 적응시키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한계가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한다. 제도적으로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개발해야 하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도 마찬가지로 적성과 특성에 맞도록 시행돼야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장애인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개발되면 고용주의 인식은 물론이며 사회적인 인식도 어느정도는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형화된 사회로의 적응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그런 사회로의 이행을 꿈꿔본다.
한 달에 두 세 번도 외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우리가 거리낌없이 걸어가는 거리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며, 청각 장애인들은 들을 수 없어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신체장애인들은 문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들다. 대중교통수단 중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있는가? 지하철의 수많은 계단,
형식적인 리프트, 비 장애인들도 힘든 긴 환승구간…. 비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걸어 다니는 거리에서, 바쁘게 뛰어 내려가는 계단에서 장애인들은
너무나도 큰 공포를 느낀다. 그 뒤에는 한 달에 두 세 번도 제대로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현실이 있다.
이동권은 접근권과 관련 맺을 수 있다.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거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문화생활이나 예술, 정보는 물론이며 교육, 심지어는 주거공간까지 접근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귀아프도록 들었던 ‘기회의 균등’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도 답답한 현실에서 그들에게 공허함과 좌절만을 안겨준다. 가장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를 생각해 보자. 휠체어를 탄 사람은
어떻게 올라가며, 시각장애인은 어떤 버스를 타야 할 지…. 또 지하철은 어떠한가? 형식적으로 마련된 리프트는 심하게 흔들리는 것은 기본이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이용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수많은 계단에는 그러한 리프트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면 왜
한 달에 2번 외출하기도 힘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비장애인을 보고 ‘잠재적 장애인’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장애인일 수도 있다. 보지 못하는 장애인들 보다
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들 보다 더 듣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들은 뒤돌아 얘기하는 일이 없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다. 손짓과 몸짓과 표정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듬뿍 담아 따뜻함을 전해준다. 이제 얼굴과 손과 몸짓이 필요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무미 건조한
대화 속에 따뜻함을 담아보자. 그런 것들을 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점은 많다. 지금 아무 곳이나 가보자. 그리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비장애인의 눈을 접어두고 장애인의 눈으로
말이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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