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학기에 가졌던 학과 구조조정 공청회에서 본부 측은 학생들이 이해를 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에 대한 약속을 거창하게 내뱉은 지 딱 일 년 만이다. 본부 측은 학생에게 전했던 이 약속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지난 4월 제 2차 학장 회의를 통해 논의된 후 제시된 ‘학과(전공)별 적정 개설학점 조정(안)’(학점 조정안)에 대해 교수 평의회(평의회)와 일부 학생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평의회는 학점 조정안을 교수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관여된 중대 사안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교수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논의기구나 공청회와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라는 주장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지난 28일 대학본부ㆍ인문 2관 4층 휴게실 벽에는 인문대 학생회 ‘소담’의 회원들이 서명한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나붙었다. 학점 조정안에 대한 의견이 일부 제기된 소담의 성명서에도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비협조적인 본부를 향한 비판이 담겨져 있다. 총학생회(총학) 역시 본부 측에 공문을 발송해 조정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총학 측은 조정안 내용이 학생들의 권익과 관련된다며 총학과 각 단대 회장단이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평의회와 인문대, 총학이 똑같이 제안한 요구는 바로 학생과의 논의, 그를 통한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대학은 진정한 대학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변질시키고 있다. 논의 중에 있음은 물론, 일부의 거센 반발까지 존재하는 ‘학교의 일’에 대해 ‘학생 모르게’ 진행하고 있는 본부의 자세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무처는 학점 조정안에 대해 묻자 “해줄 말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고 의견 수렴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이 대답의 이유다. 지금은 정해진 바 없는 사안이라며 함묵하고 있지만 현재 일고 있는 반발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기나긴 방학을 지내고 온 우리에게 대학이 어떤 변화의 폭탄을 떨어뜨릴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우리는 학과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안을 외부 언론으로부터 처음 접했고, 절대평가 기준이 상대평가로 전환 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본부 측의 전건(前愆)이다. 본부가 이번에도 학생과의 소통 없이 일처리를 진행한다면 늘 그러했듯 우리는 뒤숭숭한 분위기 안에 2학기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학은 지성인을 자라게 하는 고등교육의 장이다. 하지만 본부는 대학의 본래 의무를 잊은 채, 교직원과 학생의 수직적 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 본부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학생과 논의하며 상생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장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대학사회에는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 되는 정당하고 올바른 이론이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