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우리는 대량학살을 봤다. 부평 공장에서의 경찰의 폭력만행은 관련 사이트의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정도로, 하루에 4만명이 접속을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날의 만행은 노동자의 파업에 무관심했던, 심지어는 왜 저러냐는 식의 반감을 가졌던 시민들까지도 거리로 나오게 했을 만큼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폭력만행은 이날이 끝이 아니었으며 화려할 정도로 잔혹한 폭력을 암시하는 전야제일 뿐이었다.

  111주년 세계노동절이었던 5월1일은 또 다른 비극이 연출됐다. 광주의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원들이 구사대와 폭력 경찰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이들의 비극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폭력경찰들의 만행만이 아닌 구사대라는 이름으로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정규직 노동자들과 맞서야 했다는 데 있다. 이날에는 2백50명의 구사대에 의해 사내 하청노조 간부들은 물론이며 많은 조합원들이 쇠파이프로 무장된 폭력으로 인간 이하의 폭행을 당했다. 무차별적인 쇠파이프 구타로 인해 오른쪽 상-하반신이 마비상태에 이른 조합원,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해야 하는 조합원, 왼쪽 눈을 맞아 앞을 보지 못하는 조합원, 손목부상과 얼굴 부상, 왼쪽 다리 부상 등 거의 온몸에 구타를 당해 응급실로 후송된 조합원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 사태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21년을 맞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해 발족된 5.18 광주순례단‘생동’은 18, 19일 무박 2일 투쟁을 광주에서 벌였으며, 18일 밤에 진행된 캐리어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조합원 최태호씨는 “우리는 4대 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급 46만원에 철야, 야근 특근을 해도 1백만원이 안 되는 월급을 받고있다”고 말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을 거의 맡아서 하고 있으며 힘든일, 잡일을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했다. 한달에 30만원 이상의 중간 착취를 당하면서 기계처럼 일을 했던 그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불합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2월19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구성인자가 다양한 만큼 사흘만에 4백50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비정규직으로써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으며 사내 하청 노조로써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사내 원청 정규직 노조원들과 폭력 경찰에 의해 수차례 무참하게 폭행을 당해왔다.

  신자유주의적인 질서재편과 자본가들의 착취 속에서 노동자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분열되고 계층화 되고 있다. 연대투쟁을 약속했던 원청 노조원들의 돌변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일 지도 모른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탄압하는 세상, 그리고 자신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분간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노동해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제부터인가 정규직이 또 다른 벼슬자리가 돼 버린 현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지배하고 착취하게 되는 현실. 캐리어 사내 하청 노동조합의 한 노조원은“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의 강도, 임금 차별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화가 많이 나지만 꾹꾹 눌러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적인 모멸감은 정말 견딜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10번을 족히 돌려 입었을 법한 찌든 옷을 받아 입어야 했다. 노동자와 노동자의 갈등을 바라보며 우리는 정규직 노동자를 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동정할 수만은 없다. 갈등 뒤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권과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단결만이 살길이다’라는 노래가사의 구절처럼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합해야 만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