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나 대학에 ‘잔디깔고 입학했다’는 얘기가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말들이 부정입학이라는 단어들로, 그것도 귓속말로 쉬쉬하며 비리와 부정부패 정치가 판을 치던 독재 및 군사정권 시절에만 들려왔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얘기들이 귓속말 아닌 매스컴을 통해 당당하게 들려 올 것 같다. 비리와 부정입학이 아닌 자랑스러운 기여입학이라는 단어들로 말이다.  

▲최근 연세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의 거듭된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 달에 실시되는 2002학년도 수시모집전형 특별전형에서 사회 및 학교기여에 중복되는 인물의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비물질적 기여입학제’ 도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86년 시작된 기여입학제 도입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놓여진 것이다. 그러나 말이 기여입학이지 연세대가 내심 바라는 것은 기부금 입학제의 실시이다. 이는 이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부와 명문대로서 지니고 있는 학벌간판을 맞바꿔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기부금입학제는 이미 만성적인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된 지 오래이다.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겨우 명목을 유지해 나가는 대부분의 사립대의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부모 잘 둔 덕’으로 대학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사실은 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일까. 

▲기여입학제 논란은 지난 86년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처음 거론된 이후 16년 동안 숱한 사회적 논쟁을 거듭했다. 우선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측의 논거를 살펴보면 음성적 해외유학 경비를 국내 대학으로 유치함으로써 외화 유출 방지와 대학교육 여건 개선이라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기여입학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장학금 확대 실시 등 또 다른 의미에서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 성적위주로만 선발하는 경직된 입시제도의 모순을 개선하는 하나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점, 사회전반 대한 기여문화 확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해도 사회적 정의와 국민정서는 철저하게 배제된 채 시행되는 기여입학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교육의 기회균등과 사회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이들의 ‘거저먹기식’ 입학은 실력에 의한 사회참여가 아닌 경제력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제 개인의 경제력이나 지위능력으로 대학입학까지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또한 소위 일류대학에게만 기부금이 몰려 대학 간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결과까지 초래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에서는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서 불이나 8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실로 가슴아픈 참극이 벌어졌다. 일류 대학 진학만이 그들의 진정한 목표인양 주입시켜온 이 시대의 교육 현실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화재의 위험 속에 빠트린 것은 공교육을 포기해버린 이 나라의 교육정책과 그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형적인 입시제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과연 대학입학에 까지 ‘기여’를 확산시키는 것이 교육의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일까.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인간의 기본권인 교육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날을 꿈꿔본다.

/ 김명진 기자 kmj9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