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학생들의 주거 형태 중 월세 계약에 대해 살펴봤다. 세입자의 권리가 법률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침해 받은 권리 역시 법으로 구제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획은 자취를 하면서 학생들이 겪었던 사생활 침해, 집주인들의 주거침입, 혹은 궁금했던 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1자취방 안전, 집주인은 최소한만. 그러나 문제 발생 시 손해배상청구 가능

A씨는 최근 자취방에 낯선 사람이 침입한 흔적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드라이기가 작동되고 있었으며, 책상은 흐트러져 있었고, 닫고 나갔던 창문 역시 열려 있었다. 이에 A씨는 집주인에게 보조키 혹은 다른 안전 잠금 장치를 달아줄 것을 요구 했다. A씨의 요구에 집주인은 “우리 집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뭐 없어진 것이 있냐”며 “보조키를 설치하고 싶으면 본인 부담으로 해라”라고 말했다. A씨는 “분명 침입 흔적이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음에도 어떤 조치는커녕 오히려 나를 예민한 사람 취급해 기분이 나빴다”며 “결국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자비로 보조키를 달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이런 것을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사례에 대해 한상직 변호사는 “이 경우 A씨는 자신이 필요한 필요비(유익비)를 지출하게 된 경우”라며 “낯선 사람의 침입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나 도난품에 대한 설명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내가 필요에 의해 지출한 시정장치는 추가 이사 시에 분리 가능한 물품이다”며 이어 “설치한 후 이사 갈 때 설치 비용에 대해 건물주와 협의가 되지 않아 설치비를 받지 못한 경우 세입자가 떼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한 변호사는 “만약 월세를 살다가 방범 문제에 대해 집주인에게 주의를 줬음에도 집주인이 별도의 조취를 취하지 않아 추후 도난 사건이나 강도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청구권이 생긴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 변호사는 “임대 계약 이후 야기되는 방범에 대한 불안 혹은 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건물주에게 별도로 설치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협의를 통해 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방범창인데 대법원 99다10004판례를 살펴보면 집주인은 임대물을 제공할 목적만 지고, 세입자의 안전까지 배려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명시했다”며 “이 말은 곧 방범창을 달아줄 법적의무는 없다”라며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 나중에 도둑이 들어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집주인 마음대로 자취방 출입 안돼. 엄연한 주거침입죄, 처벌 가능

B씨는 수업이 끝난 후 자취방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이 열려있어 놀란 경험을 털어놨다. B씨는 “놀란 마음에 얼른 집안을 살펴보자 집주인이 집안에 있었다”며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B씨가 집주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집주인은 “혹시 집 고장난거 없나 보러왔다”며 “집 깨끗이 좀 쓰고, 고장 난 건 없는 거 같으니 난 이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해 그 때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또 내가 가서 따지면 학기 중에는 방을 새로 구하는 것이 힘든데 방을 빼라고 할까봐 무서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사례에 대해 한상직 변호사는 “B씨의 경우 집주인은 형법 319조 ①항 주거침입죄에 해당 한다”며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인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주거침입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 변호사는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기간 내에라도 임차인의 동의 없이 임대차목적물인 주거에 임의로 출입할 수 없으며, 퇴거요구를 받는 즉시 응해야 한다”며 “이러한 퇴거요구를 불응할 경우 퇴거불응죄라는 별개의 형사상 죄책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임대차계약기간에는 임차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사정에 터 잡아 강력하게 주거침입의 의사를 표시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이 남았는데 임차인에게 부당한 것을 항의 했다고 해서 집을 빼라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는 월권행위며 계약 기간까지 살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상직 변호사는 “학생들 역시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무섭다고 참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며 “법언에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 받지 못한다’가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3사생활 침해, 법적 대응 보다는 대화와 지혜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해

C씨는 집주인의 지나친 감시에 지쳐 이사를 하게 된 일에 대해 털어놨다. C씨가 원래 살았던 곳은 1층 현관에 방범 목적으로 설치 된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있었다. C씨는 “그 CCTV가 학생들 감시용으로 쓰였다”며 “집주인이 CCTV를 항상 감시하는지, 하루 남자친구랑 자취방으로 올라갔는데 20여분 쯤 뒤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라며 “집주인이 엄마에게 전화해 당신 딸이 남자친구를 방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알고 있냐고 전화해 엄마가 내게 전화 한 것이 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C씨는 “이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방에 오기만 해도 부모님께 전화해 당신 딸이 그러고 다니는 것 아냐며 항의 전화를 계속 했다”고 밝혔다. 이에 C씨는 “처음엔 부모님도 내게 화를 많이 내시며 단속하셨지만 집주인이 도를 지나치자 부모님께서 먼저 이사할 것을 권유해 이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상직 변호사는 “이 경우 C씨는 임대 건물 내 현관에 방범목적의 CCTV가 설치된 부동산에 거주하면서 임대인의 지나친 간섭(선의인지 아니면 악의인지는 별론)이 사생활을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로 보인다”며 “이 경우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쉽게 판단 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실제 건물주가 CCTV에 보이는 사정만 갖고 여학생의 엄마에게 남자친구의 자취방 출입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상당히 곤란해 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임대인이 자기 자신의 건물에 입주한 학생들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이 개별적 상황에 의해 학생들에게 도가 지나친다고 느낄 수 있으나 법률적인 잣대로 대항할 수 있는 면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 변호사는 “우리 나라 법률에는 사생활 침해죄가 없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단, 본인이 심각하게 사생활을 침해  당했다 느껴질 경우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승소의 여부를 장담 할 수 없고 민사소송의 경우 비용적, 시간적으로 학생들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그러나 비밀 침해죄는 존재해, 세입자의 우편물이나, 문서, 전자기록 등을 개봉하거나, 알아낸 경우는 형법 316조에 의거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C씨의 경우도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긴 하나, 이것이 애정 어린 관심인지, 악의적인 것인지는 이 사례만으로 파악 할 수 없다”며 “그리고 손해배상청구라는 것이 쉬운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상당하거나, 집주인이 악의적이지 않은 경우라면 법적 대응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한 변호사는 사생활침해 부분은 법률적 대응을 하기보다는 부모님께 미리 말씀드려 집주인이 전화해도 부모님께서 당황하지 않게 하는 등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