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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서양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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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31  05: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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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일본의 우키요에를 처음으로 접한 인상파 화가들은 파격적인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감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그림 속에 우키요에의 여러 장면들을 그려 넣거나 아예 일본 풍으로 연습 삼아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림 1>는 모네의‘기모노를 입은 카미유’이며 <그림 2>은 마네의‘에밀 졸라의 초상화’이다. <그림 3>은 고흐가 그린‘탕기염감의 초상’이다. 그럼, 여기에서 문제 하나. <그림 2>와 <그림 3>에서 일본과 관련된 단서들은 어디어디에 있을까?

 

문 1 :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 화가는?
답 1 : 빛의 화가, ‘고흐’입니다.
문 2 : 그렇다면 일본인들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의 장르는?
답 2 : ‘인상파’입니다
.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알아두면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의 첫 번째 시리즈인 ‘동양화, 서양화를 만나다’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양인들이 제대로 만난 첫 동양화가 일본화인 까닭에서다. 사실, 서양인들은 일본화 이전에도 중국화로 대표되는 동양화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양 미술 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일본화가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화는 동양화의 대표 선수로 서양화, 아니 서양 화가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벌써 150여 년 전인 1867년 파리 박람회 때의 일이다.

당시, 고흐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신선한 묘사 대상, 새로운 표현 기법에 목말라 있었다. 예전의 정물화나 풍경화에서 벗어나 빛의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독특한 붓질로 표현한 이들은 기실, 여인과 완벽한 정물을 연출된 배경 안에 그려 넣은 이전의 선배 화가들과는 사뭇 달랐다. 인상파 화가들의 입장에선 이전의 그림들이 뽀샵질(?)을 통해 아름답게 조작된 그림들이었다고나 할까? 여인을 소재로 삼아도 가장 아름답게 단장한 모습을 그려내고, 자연을 묘사해도 빛이 가장 밝을 때 숲과 나무를 그렸던 선배들과 달리, 마네와 모네, 르느와르와 고흐는 흡사 생얼처럼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포착해 캔버스에 그려 넣었다. 소재를 살짝 뭉개서 그리거나 어슴푸레한 빛 속의 생경한 광경을 펼쳐 놓았다고나 할까? 모네의 ‘해돋이’와 ‘수련,’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같은 그림들은 따라서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깔끔하고 세련되게 그려진 것들이 아니었다.

그런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처음 전시됐을 때, 파리의 한 비평가는 역사에 영원히 아로새겨질 말을 남겼다. “그림들이 상당히 인상적이군요.” 점잖은 비평가 체면에 차마 욕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비평을 아니 할 수도 없었던 그에게 인상파의 그림은 그렇게 인상적이라는 말로 폄하되었다.

기존의 화풍에 도전하며 색다른 대상, 색다른 배경, 색다른 연출을 찾아 나선 인상파 화가들이 때마침 파리 만국 박람회에 도착한 일본 그림에 꽂히기 시작했다. 당시, 파리 만국박람회에는 일본 도자기들을 감쌌던 ‘우키요에’란 싸구려 판화 그림들이 포장재이자 완충재로 사용되었다. 참고로 ‘우키요에’란 ‘부세회’(浮世繪)라는 뜻으로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 말기까지 유행했던 서민 풍속화였다. 말하자면 단원 김홍도가 그려낸 ‘씨름’, ‘무동’, ‘빨래터’, ‘타작’, ‘대장간’ 같은 작품들을 목판으로 다량 복제해 싸게 유통한 그림이 우키요에였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본에선 사진술에 밀려 쇠퇴일로를 걷던 우키요에가 우연히 인상파 화가들의 눈에 띄면서 프랑스에 ‘자포니즘’으로 불리는 일본 열풍을 불려 일으켰다는 것. 이는 우키요에가 보여주는 구도가 서양에선 접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파격적인 색채를 선보이는 가운데 인물의 몸 일부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기법 등은 당시 인상파 화가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우키요에는 프랑스의 인상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의 일본인들은 인상파 및 고흐에 대해 광적인 사랑으로 그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이처럼 우키요에의 극적인 부활은 일본인들이 일본 미술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는 데 일조하며 일본의 전통적인 그림들이 동양화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일본화로 분류되도록 유도하였다. 더불어, 중국도 동양화의 원류답게 동양화라는 이름보다 중국화로 불리기를 선호하면서 한국만 전통적인 회화를 동양화로 부르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실,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동양화란 동양의 모든 미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슬람을 비롯해 인도, 동남아시아와 극동 아시아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서양인들에겐 동양화란 분류 방식이 없는 대신, 서양화와 더불어, 이슬람, 인도, 극동, 아프리카 등의 분류 방식이 있으며 극동은 다시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나뉜다.

덧붙여, 중국에서 예술로 유명한 베이징 중앙미술대학에는 중국화학과가 존재하고 있으며 서울대 미대에 속하는 동경 예술대는 회화과라는 이름 아래 일본화가 유화, 판화, 벽화 등과 더불어 한 개의 독립적인 전공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미대가 아직도 동양화, 서양화과로 회화 영역을 구분 짓고 있어 유독 우리만 우리의 것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주의 주제는 ‘일본화가 인상파를 만났을 때’로 적어야 정확하다 할 수 있다. 어떤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됐는가? 그럼 다음 주에는 ‘인물화 이야기’로 썰을 풀어 보겠다.

/ 심훈 언론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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