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인 복합기 시설이 문제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학내 유인 복사실 보다 자유롭게 수업 자료를 복사하고 인쇄할 수 있는 무인 복합기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학내 복지시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한림대학교’(어플)과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답답한 몇몇 학생들은 관리 부서에 직접 전화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본지에서 보도한 것만 해도 생활관 무인 택배함, 학내 와이파이, 통학버스, 분실물 보관함, 온라인 캠퍼스 등 셀 수 없다. 학생들이 겪는 불편과 이를 꼬집는 불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민원이 계속될 때마다 학교 측이 구체적인 해결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05호에 보도했던 학내 와이파이 문제가 그렇다. 대다수의 학생이 와이파이 연결에 애를 먹고 있었지만 관리 부서가 내놓은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와이파이 연결에 문제가 있는 학생은 부서에 연락해 개인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학생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에 “확인해 고쳐보겠다”가 아닌 “우리에겐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올해부터 변경된 학생생활관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문제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자율이었던 커뮤니티 구성 방식이 임의로 바뀌자 생활관 사생들은 “적극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갑자기 바뀐 운영 방식에 혼란스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당시 생활관 측은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대인관계를 쌓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나타낼 뿐이었다.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하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학버스 문제가 바로 그 경우인데, 예산이 비교적 크고 운영이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변경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런 현실적이고 꼭 필요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할 곳은 학교뿐만이 아니다. 수천 명의 학생의 대표를 자처한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학의 학생 대표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학생들의 입장을 모아 해결에 힘쓰는 것이다. 학생대표를 뽑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자들은 공약을 내걸고 선거유세를 시작한다. 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복지 공약인데, 학생들을 위한 ‘진짜 복지’는 빠져있다. 복지 공약에서 가장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험기간 야식마차, 휴대폰 충전기 비치, 우산대여 사업 등이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복지가 아닌 단순 이벤트에 불과하다. 매년 필수 공약으로 내걸 만큼 학생회에게도 구성원들의 복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복지를 위한다면 학생들이 겪는 불편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의견을 모아 학교 측에 대안을 요구하는 대표가 돼야한다.

학내에서 학생들이 겪는 크고 작은 불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과 발전은 없는 상태다. 도리어 학교는 학생 개인의 윤리의식을 문제 삼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내 시설들을 비롯한 공공재는 모든 학생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이다. 지금처럼 누구에게 잘못의 원인이 있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사안은 무엇인지, 그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라는 사회에서 생활하는 학생 입장을 고려한 진정한 복지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