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은 가정의 달이었다. 5월에는 어린이 날을 필두로 하여 어버이 날, 성년의 날이 줄지어 있어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족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가족의 중요함은 인류가 태동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으며, 또한 가족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회체계라는 점에 대하여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은 많은 질병을 앓고 있는 듯하다. IMF 경기침체 이후 가계의 위기 심화, 부권(父權) 상실 현상의 가속화, 30%를 상회하는 이혼율, 청소년의 일탈,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한 해외유학과 가족해체, 노인인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부양 부담 증대 등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해체 및 병리 현상은 그 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실제로 가정의 따뜻함과 보살핌으로부터 배제된 사회구성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이미 사회문제화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전통적 가족의 붕괴 현상에 대한 우려로 몇 해 전 어느 대학에서는 가족윤리를 강조하는 동양 고전을 대학의 교양필수과목으로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수강하도록 한 시도가 있었다. 과거의 전통적 가족 윤리를 현대 사회에 접목시키려는 이러한 노력이 과연 어느 몽상가의 막연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최근 어떤 잡지에 실린 재미있는 글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 흥행한 영화의 구성을 보면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의 가족 상황, 즉 부모나 형제 자매의 문제가 영화의 한 귀퉁이에도 전혀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의 주된 관객이 바로 20대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이들 영화가 가족관계를 주된 테마로 다루었다면 아마 흥행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흥행을 기록한 외국의 영화를 보면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과 가족성의 회복이 항상 중심적인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에서 칼럼의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가족이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상징되는 ‘회귀의 장’이기도 하지만, ‘억압과 탈출의 장’이라는 의미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가족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가족에 대한 의미가 인간이 성장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고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이 항상 동일한 경로와 단계를 답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가족주의가 연령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차이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가 앓고 있는 심한 몸살의 원인일 것이다. 건전한 가족문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화폐 가치로 환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회체계의 유지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 산업사회에 적합한 새롭고 건전한 가족관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족관계 내에서의 새로운 의사소통 구조의 확립과 함께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안전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최균(사과·사회복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