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앞 잔디광장이 새롭게 새 단장이 됐다. 벤치와 나무들로 한결 이뻐진 잔디광장이 됐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만 하다. 바닥에 대리석을 깔고, 마치 제사장의 제단처럼 꾸며진 동상 주변을 봤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저건 뭐지?’ 학관 앞 잔디광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공간이었다.

  우리학교는 학생들의 휴식공간 및 자치적인 행사를 진행할 공간이 워낙 부족하였던 터라 개교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이 잔디 광장에서 여가를 보내고 크고 작은 행사들을 해왔다. 그곳은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날씨 좋은날에는 오후 햇살을 받으며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밤이면 별을 보며 상념에 잠기게도 했던 학생들에게는 몇 안 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휴식공간이었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라 하면 잔디밭에 앉아, 벤치에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선배들과, 동기들과, 후배들이 함께 어우러졌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턱에 마냥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학교 후문을 올라오다 보면 잔디밭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상이 눈에 띤다. 어느 학교나 동상은 있지만 설립자의 동상 주변이 이렇게 마치 성지처럼 성역화 돼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추모 사업회의 계획에 따라 동상에 대리석을 입혔다. ‘기념비’라는데 꼭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번 공사는 학교 당국에서 실시한 사업이 아닌 추모 사업회에서 자체 사업으로 꾸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모사업회의 사업으로만 치부 할 수는 없다. 이 공사 역시 우리학교 시설과의 관리 하에 진행됐으며 그 공사가 학내 공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공사 안내판은 땅을 파내고 있는 도중에 설치 됐으며, 학생들에게 대대적인 홍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실제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오고가는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여론수렴의 노력 없이 난데없이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창하게 그러한 사업을 실행한 것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공사로 인해 바뀐 설립자 동상의 지금 모습이 기념비의 성격을 넘어선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 됐듯이 잔디 광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설립자의 동상은 이미 대리석과 계단 등으로 한껏 치장이 된 상태이다. 이것을 보고 기념비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보인다. 물론 동상주변의 성역화를 제외한 새로운 휴식공간 조성을 만족해하는 이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꽃담 뒤에 화려하게 성역화 돼 있는 동상을 보며 갸우뚱거릴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설립자의 동상 자체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살아생전에 학생과 교육을 사랑하셨던 설립자 윤덕선 선생의 업적을 왜곡시킬 지도 모를 불필요하고, 무리한 사업을 진행시키는 사람들의 과욕을 비판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은 학교행정은 논란과 불만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