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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에 대한 진화론적 이해『바른 마음』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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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5  14: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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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은 도덕성,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간의 도덕적 판단과 그 근원을 탐구하고 있다. 도덕이라는 주제는 너무나 오래되고 익숙해서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신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정치학 등 다방면에 걸친 동서고금의 주장들과 연구 사례들을 동원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문화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어떻게 차별화되며 그 근원은 무엇인지를 대단히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바른 마음』이 특별하다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진화론의 관점에서 도덕의 문제를 풀어내려고 했다는 점이었다. 

  21세기 인문사회과학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조류라면 단연코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진화론은 전통적인 신학과 자연과학의 대립구조 속 진화론, 즉 창조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진화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 떠 만들어 낸 특별한 창조물인가, 아니면 단세포 동물에서 진화를 거듭한 고등동물일 뿐인가? 진화론은 신학과의 무한 반복적 논쟁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그 존재감을 발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인간이 지구에 등장했는가는 제쳐두고 종(種)으로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어온 변화, 즉 진화의 프리즘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현상을 고찰하기 시작하면서 진화론은 21세기 인문사회과학에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다시 『바른 마음』으로 돌아가 하이트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 그는 먼저 도덕적 판단이 직관에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특정한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혹은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피해’와 ‘공평’의 잣대를 가지고 우리의 경험을 평가해 도덕적 판단에 이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는 대부분의 인간은 합리적 추론을 거치지 않고 순간적인 직관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하이트는 합리적 추론만을 통해서는 설명될 수 없는 도덕적 판단의 다양하면서도 대단히 선정적인 사례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직관이 앞서고 그 직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추론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인간은 합리적인(rational)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rationalizing) 존재인 것이고, 이제 ‘피해’와 ‘공평성’에 기초한 합리적 추론은 도덕적 판단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도덕적 직관에게 내어주게 된다. 더 나아가 하이트는 인간의 도덕적 직관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말한다. 즉 도덕적 직관의 선행성과 다양성, 상대주의를 동시에 주장함으로써 개인주의, 자유주의, 합리주의에 기초 한 서구적 도덕 체계를 상대화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도덕적 직관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이제 진화론이 등장할 때이다. 

  하이트는 도덕적 직관이 경험 이전에 구조화된, 즉 선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동물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뇌 속에 모듈이라 불리는 조그만 스위치를 가지게 됐는데, 생존에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면 그 스위치가 켜지면서 신호를 보내 행동을 변화시키고 적응하게 된다. 도덕적 직관은 일종의 인지적 모듈로서, 생존을 위한 적응 과정에서 인간의 뇌리 깊숙이 각인된 것으로 이해된다. 하이트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했던 다섯 가지 문제, 즉 도덕적 직관을 만들어 낸 적응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무력한 아이들을 돌보는 것, 친족 이외의 사람과 협력하여 이득을 얻는 것, 다른 이들과 연합해 타 연합과 경쟁하는 것, 협상을 통해 지위 서열을 확보하는 것, 자신의 친족 집단 내에 기생충이나 병원균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도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발달시킨 도덕적 직관은 타인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공평하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것, 집단에 충성하고 배신하지 않는 것, 권위를 인정하고 질서를 전복하지 않는 것, 경건하고 고귀한 것을 추구하고 추악함을 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직관은 학습을 통해 얻어지지 않고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선택된 형질로서 선천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라 특정한 도덕적 직관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면서 개인적, 사회적 차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하이트는 진화론적 관점과 연구결과에 기초해 인간의 도덕적 판단의 근원을 체계적이고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른 마음』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도덕적 직관과 추론의 문제의식을 확장시켜 정치적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는 선천적, 후천적 요인에 의해 근본적으로 다른 도덕적 직관을 갖게 된다. 안타깝게도 도덕적 직관의 차이는 합리적 추론을 통해 설득하려고 해도 극복되기 힘들다. 따라서 각자의 도덕적 직관이 상호보완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상대를 긍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종교에 대한 훌륭한 진화론적 해석 또한 들어볼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바른 마음』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롭고도 근본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도덕에 대한 이해는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에 대한 이해와 일맥상통한다. 도덕 심리학을 전공한 조너선 하이트는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도덕이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송현주 (언론방송융합미디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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