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총 8개의 학생생활관(생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근래에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증가했지만 유학(遊學)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은 여타 대학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와 비교했을 때 시설, 운영 등의 면에서 양호한 편이다. 소방 및 화재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생활관 내 편의시설 비치, 점호 등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관 운영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ㆍ벌점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사생들의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생활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는 달리 학생생활관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때는 상ㆍ벌점 제도를 둘러싸고 학교와 사생들이 한바탕하더니, 언젠가는 생활관 불심검문으로 인권침해니 뭐니 하는 말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애석하게도 이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과 다른 부분은 학생생활관과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기숙사생 간 갈등이라는 점이다.

  절도, 층간소음, 흡연, 주취소음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입소문을 통해 온갖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층간ㆍ주취소음으로 인한 고통 호소에서부터 이어폰, 의류, 반찬 등의 도난사건까지 서로를 향한 비난과 불신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생활관 내의 소음ㆍ도난 문제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게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학생생활관 측은 물론, 사생 외의 우리 대학 학생 및 교직원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문제지만 지금까지 해결이 요원했다. 문제의 사생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적발할 수 없어 처벌 및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생활관 사감 측의 입장이다. CCTV 설치 등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사생활 침해 문제와 맞물려 그 또한 쉽지가 않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생활관 측 역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얼마 전 진행한 기숙사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잘 살아야 한림학보에 생활관 관련 기사가 실리지 않는다’며 당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무책임하게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한다며 이날 생활관 측의 발언을 향한 날선 비판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앞선 사건들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의 의식 및 생활태도에 대한 변화 요구를 무리하다고 볼 수 없다. 학생들은 ‘일부 몰지각한 학생이 문제’라고 푸념하기 전에 자신이 주인의식과 배려를 지닌 사생이었는가를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의 연대 의식이 있어야 생활관 내 발생하는 사건의 해결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 도난당하는 장면을 보게 됐을 때 과감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하고, 혹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음으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 받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

  생활관 측도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잘 행동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보다, 준수 내규를 지키지 않는 학생을 적발하기 위한 제도 및 인원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시간에 점호를 하는 것도 사감의 임무이지만 기숙사 내 질서 정립과 사생 보호 및 쾌적한 환경 제공에 더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이 표방하는 ‘We care. We share'가 그런 노력도 없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