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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점]미당 미학의 실체, 드러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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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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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 2001년 여름호에 실린 고은 시인의 「미당담론」은 서정주 시인의 작고 이후 한동안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했던 미당 문학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당겼다. 이러한 미당을 둘러싼 논쟁에서 미당을 옹호하는 쪽은 곡신불사로 일관한 미당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은 훌륭하다는 것과 이를 비판하는 쪽은 미당의 시가 아무리 빼어날지언정 그의 반역사적 과오는 추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미당담론」을 통해 미당 생애를 살피면서 미당의 시 「자화상」을 근거삼아 미당의 시세계를 “현실 부재의 사어(私語)로 이뤄진 이기주의나 자기군림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미당 시에 관련한 평가와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미당의 삶보다 시에 한정해 이뤄졌던 평가들을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미당의 삶의 궤적과 시세계 전부의 검토를 전제한 것인데, 시와 시인을 분리해 시 혹은 시인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던 그간의 담론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편 고은 시인의 이 글에 대한 반론들이 각 중앙일간지에 실렸는데, 문정희 시인은 서정주의 시 세계를 일컬어 “눈부신 모국어의 빛살로 시의 산맥을 이룬 것”이라고 하면서 그의 친일과 이후의 권력지향을 두고 충분히 값을 치른 것인 만큼 새삼스레 “스승의 산소에 칼을 꽂는 고은의 글은 슬프고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평론가 이남호 교수는 “미당의 삶에서 정치적 삶의 비중은 매우 작다”며 고은 시인의 글을 “우리 문학사의 커다란 유산인 미당의 시를 쓰레기통에 넣는, 마땅히 제지돼야 할 일” 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반론 또한 거세다. 한 네티즌은 「창작과 비평사」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문학과 비평의 관계를 문단파벌의 의리관계로 치환하거나 ‘색깔’을 덧씌움으로 비평을 무력화시키려는 이른바 ‘물타기공세’로 보인다. 이를테면 문정희 시인은 ‘대통령 전용기에 앉아 대통령과 함께 공항을 나서기도 하며, 인민복을 입은 최고 권력의 사람과 와인잔을 부딪치는’ 고은 시인의 모습을 주목시키고 평론가 이남호 교수는 ‘남한 문인을 대표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했다는 식으로 「미당 담론」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고은 시인에게 정치적 색깔을 입히기 위한 의도를 내보인다”며 “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미당의 태생과 분수에 대해서 말한다거나 시보다 미당의 시인체질과 행적에 초점을 맞췄다”라는 식의 비판은 시를 시인에게서 분리시켜 문학적 업적으로 강조하여 시인의 삶을 분장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들이 말하는 ‘문학의 순수성’인가라고 되묻는다.

  서정주의 시가 미적이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가 오직 미적인 것의 영원성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결국 문제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그것은 미당 자신의 역사에 대한 불신과 패배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고은 시인의 「미당 담론」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이러한 미당 미학의 실체가 아니었을까. 「창작과 비평사」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이 논의를 구체적으로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 논의가 학계 전반의 성찰을 동반한 비평의 본질적 진전이기를 기대한다.

/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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