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명동성당 앞에서는 낯설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30여명도 채 안되는 학생들과 우리와 얼굴색이 다른 노동자들의 집회였다. 이들은 그동안 불법체류자라 불리어 지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자본에 의한 이주노동자 유입 이후 고용허가제도라는 굴레 속에서 끊임없는 착취와 인간적 모욕을 감당해 내다가 지난해 가을, 자신들의 노동권에 대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이주노동자가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약 30여명의 학생들과 한국인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을 하는 것, 그것이 전부 다였다. 자신들의 싸움이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문제로 이주노동자들 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후 이주노동자투쟁본부와 학생들이 직접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노동권에 대한 권리 주장은 당연하며 노동자는 다 같은 노동자이고 연대투쟁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착취와 모순에 맞선 이러한 끊임없는 투쟁으로 올해 노동절에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으며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들을 함께 해야 할, 연대투쟁 해야 할, 같은 노동자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난 5월 26일 이주노동자지부가 19일 창립총회를 거쳐 한국노동자들의 연대와 지지속에서 힘차게 출범하였다. 이날 출범식은 이주노동자들의 사회로 시작해 이주노동자조합원들과 한국노동자 그리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치뤄졌다. 이날 한 이주노동자는 “한국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해도 단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장들에 의해 차별대우 받아왔으며 심지어 온갖 욕설과 폭행 속에 노출돼 학대받아왔다”며 “동료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속에서 손가락이 짤리고 직업병의 고통을 호소해와도 우리는 싸우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이 자리에 있는 노동자들이 함께 있는 한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 우리들도 인간이기에 노동자이기에 우리들의 권리를 당당히 말할 것이다”라고 발언해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 발언한 지역노조연대회의 김정호 위원장은 “현재 수많은 비정규직,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 일해야 하는 엄혹한 현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화 시켜 노동자들 사이를 계층화시킨 것도 사실이다”며 “이제 단지 노동자가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단지 구호로써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이뤄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해 나가겠다”라고 말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전국해고자투쟁위원회 위원장, 한국통신계약직노조, 이랜드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이 함께 해 “노동자 하나되어 연수제도 철폐하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이 자리에 함께 한 이주노동자, 한국인노동자, 학생들은 출범식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 앞으로 연대의 가능성을 말해줬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소속의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로 결성됐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결성은 커녕 한국인 노동자들과 자신들이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불법체류자로서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일하는 노동자 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지부가 출범하면서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자적 의식과 한국인 노동자들의 각성 속에서 출범한 이주노동자지부 결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렵게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고 나와 이제 당당한 노조를 결성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따뜻한 시선을 기대해 본다.

/ 신현주 기자 omgkin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