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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통제속 주민등록제도, 기본권 침해 심각
지난 4월8일, 지문날인 거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제작하고 있던 이마리오 감독은 춘천에 촬영차 들렀다가
열손가락의 지문을 날인 당했다. 그 경위는 강대 후문쪽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헬멧 미착용과 면허증이 없는 관계로 경찰에게 잡혔으며, 이러한
이유로 조서 작성을 위해 운교동 파출소에 가게 됐다. 조서에 싸인이 되지 않는 관계로 이마리오 감독은 오른쪽 검지를 날인했고, 신분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지문날인 거부자라 새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지 않았다며 여권을 보여주겠다던 감독에게 신분증이 없으면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해야 한다며 강제 날인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법을 들먹이며 열손가락 지문 날인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도로교통법 위반은 지문날인에 해당되지
않을 뿐더러 평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이마리오 감독에게 열손가락 지문 날인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주민등록증을 받기 위해 사진을 찍고 유난히
동사무소를 자주 들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주민등록제도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어져 왔고 그것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제도는 무엇인가? 왜 우리나라의
개개인은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아야 하며, 그것은 누구에 의해 정해진 것일까? 그것이 혹 국가로 하여금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꼬리표는 아닐까?
지문날인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지문날인제도는 박정희 군사 정권 당시, 1968년 1월12일 무장공비침투사건 이후 간첩과 범죄자색출이라는 목적 아래 도입됐다.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이 지문날인제도에 관해 정부와 경찰은 범죄자 색출과 대형사고 발생시 시신확인을 위해 전국민 지문날인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신분확인을 위해서 전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고 실제로도 범죄자의 검거와 신분확인을 위해서
전국민의 지문을 대조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시신의 확인에 있어서도 지문대조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지문날인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도 시신 확인의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예는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차원에서
지문날인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범죄자에 제한해서 지문날인을 받고 있다. 과거 일본과 같이 외국인 지문날인을 받는
경우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실제로 92년 일본에서는 외국인의 지문날인이 문제가 돼 국제적으로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어나 94년에는 한국과 대만계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 제도를 폐지했으며, 현재 일본은 범죄자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람에게도 지문날인을 받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에서 전자지문채취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지문자동인식 시스템을 이용한 더욱더 강력한 통제와 감시를
예상하게 한다. 개인마다 모두 특징이 다른 지문을 인증시스템으로 데이타베이스화하여 경찰청에서는 일부 특수 전과자에 한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 국민에게 확대 적용되면 문제는 커진다. 왜냐하면 지문감식을 통해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주민등록정보와 개인정보가 다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국민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기본권이 국가의 통제와 관리에 의해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심각
지문날인 제도와 더불어 더욱더 문제인 것은 주민등록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민등록증이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주민등록제도의 존재 여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으로써 판단해야 할
문제인데 이것은 다른 나라의 제도와 비교해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주민등록이 선택적이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주민등록을 하고
있다. 또한 등록시 기재해야 하는 개인정보도 주소와 성명 등의 간단한 사항을 기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국민이 등록해야 하는 강제등록이며, 전국적인 규모로 시행하고 모든 개인정보를 중앙정부에서
통합관리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기재 사항도 혼인여부, 혈액형, 본적변경사유, 주소이동상황, 학력, 학과, 직업 등 1백41개의 항목에 기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역시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 등의 개인의 핵심정보로 이뤄졌다는 점 또한 단순 일련번호로 이뤄지는 외국의
사례와 대조된다. 우리는 왜 군번과 같은 번호로 규정지어져야 하며 누구를 위해 열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해야 하는가?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그리고 깊숙히 자리잡은 우리들의 인식에 과감하게 전환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은 국가의 것이 아니라
비밀을 보장받고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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