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이 지난 7일 시작됐다.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최저임금 동결을 외치는 경영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과 같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의 걸림돌이 된다. 이에 본보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로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 적용대상이 된다. 최저임금법 제1장 1조는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최저임금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복지와 국가의 경제적 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한 국가는 뉴질랜드로 1894년 최저임금법의 시초가 된 ‘산업조정중재법’을 제정했다. 이후 호주(1896년), 영국(1909년) 등으로 확산됐고, 192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최저임금결정기구의 창설에 관한 조약’을 만들어 최저임금제의 국제적 확산을 추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32조 제1항’에 최저시급제의 헌법적 근거를,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실시 근거를 두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이에 1986년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법’을 제정했으며, 이 법이 2001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저시급 누가 어떻게 정하나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각 국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데, 크게 정부 결정 방식, 법률 방식, 단체협약 방식 등이 있다. 먼저 법률방식의 경우, 법률의 제정을 통해 최저임금을 수정하는 방법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각 주에서 정하는 것과 연방정부에서 정하는 것으로 나눠지는데, 연방최저임금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개정 법안을 연방회의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ㆍ하원의 심의를 거친 뒤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은 다시 세 가지로 나눠진다. 우선 프랑스나 뉴질랜드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노사단체의 의견을 구한 뒤 다시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노ㆍ사와의 협의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끝으로 위원회의 권고에 기초해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이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위원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되며, 심의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이를 심의해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 있다. 노조와 사용자 간에 체결된 임금 협약을 일정 절차에 따라 최저임금으로 결정하는 방법으로 독일이 이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최저임금은 모든 부문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정부는 근로자송출법, 최저근로조건법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에 기준이 되는 지표들 역시 국가별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4조 제1항을 통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배분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물가상승률, 생산직근로자의 평균임금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며, 영국은 물가상승률, 기업경쟁력, 소득분배율, 재정여건, 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각 당이 내세운 최저시급 공약은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협상은 치열한 논쟁으로 인해 법정 기한을 넘긴 7월 초에야 마무리됐다. 올해는 정치권이 제시한 최저임금 공약들이 변수로 작용해 협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처럼 최저임금을 기업부담만으로 1만원 인상하면 영세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영세ㆍ중소기업 경영난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부족한 임금소득을 보전해주는 근로장려세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현재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대 국회 동안 인상하고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해 9천 원까지 인상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연평균 13.5% 올려 2020년까지 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두고 학계 의견 충돌

최저임금 인상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1만 7000원)로 인상하는 안에 최종 서명했다. 같은 날 뉴욕 주(州) 역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확정지었다. 러시아 역시 오는 7월부터 월 최저 임금을 7500루블(12만 6300원)로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은 오는 4월부터 물가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25세 이상 근로자의 경우 현재 시간 당 6.7파운드(1만 1100원)를 받는데, 생활임금제 시행 후에는 7.2파운드(1만 1900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는가?’인데,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일자리를 줄이게 되고 결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제 도입 직후, 미국 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1982년 미국 최저임금연구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은 10대와 25세 미만의 청년층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9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법정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90년대부터는 그간 만연했던 반대에 맞서 찬성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94년 자신의 논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10대 고용이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OECD는 ‘2015년 고용전망 보고서’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 상실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런던정치경제대 앨런 매닝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법정 최저임금의 이론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통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고용을 줄인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로 가정돼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영국은 1999년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는데 1997~2007년 최저임금의 장기적 영향을 살펴보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