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코메디 프로를 한참보고 있자면 너무 재미가 없어서 화가 날 때가 있다. 서로 때리고 넘어지고 해서 기어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슬랩스틱 코메디가 필자는 너무 싫다. 그런 코메디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코메디 프로의 수준이 낮은 것 같아 이내 채널을 돌리곤 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만한 시사코메디가 없다. 그저 때리고 넘어지는 코메디, 황당한 상황설정으로 웃기는 상황개그만 존재 할 뿐이다. 다른 나라처럼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거나 정치계를 비판한 코메디를 보고 싶지만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처음에 그 이유가 우리나라 개그맨의 수준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코메디언들의 수준이 그것뿐이 되지 않거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그러한 코메디 정도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얼마전에 깨달았다. 우리나라에는 절대로 시사코메디가 발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이유는 개그맨의 수준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낮아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 이유인 즉슨 우리나라 정치판 자체가 코메디인데 그것 보다 더 웃긴 코메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했던 것이다.

▲얼마전에 정치계에서는 또 한번 국민들에게 새로운 코메디를 선보였다. 임명 43시간만에 낙마한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의 ‘충성메모’ 사건이 그 내용이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최고 권력자에게 빗나간 충성심을 표출하거나 아첨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 수준은 거의 어떠한 코메디보다도 재밌다. 한나라당 위원직에 있는 정두언씨가 쓴 <최고의 총리·최악의 총리>를 보면 정치판에서 일어나는 코메디에 잠시도 웃음을 늦출 수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굴종이다.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바로 집무실 안의 집기 배치를 청와대 쪽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임향한 일편단심’이야기, 대통령이 칼국수를 먹으니 자신은 수제비를 먹겠다는 ‘음식으로도 충성한다’이야기,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벌떡 일어나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리는 의원의 이야기. 감히 코메디언들에게 정치판을 풍자한 개그를 하라는 요구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실제 정치판에서는 웃지못할 코메디들이 벌어지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충성이란 자신이 할 일, 임무 열심히 잘하는 것이고 그러한 충성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충성은 국민들을 향한 충성이 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원들은 자신들의 출세를 위한 과잉충성으로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문제이다. 대통령을 왕으로 보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해야 할 고민과 국민들을 위한 보다 낳은 정치를 생각 한다기 보다는 임금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 자신이 출세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욱 큰 관심사 인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충성메모 사건도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유별나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시사코메디를 보고 싶다. 정치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날카롭게 풍자한 코메디, 그것을 보고 반성할 수 있는 정치인. 더 이상 우르르 떼지어 한곳에 충성하며 같은 말만 반복하는 텔레토비 정치인의 코메디를 보는 것이 너무나도 지겹다. 정치인들이여 이제 그만∼.

/ 신현주 기자 omgkin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