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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맹신(盲信)하면 안 된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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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4  12: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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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1922년 「여론(Public Opinion)」 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여론은 허구(虛構)”라고 했으며,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여론은 그것으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BBC는 선거방송을 할 때 후보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의 수치보도는 자제하고 단지 “○○○ 후보가 다소 앞선 상태”라고 보도하며, 선거기간 뉴스는 적어도 하루에 1꼭지 이상의 정책보도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여론조사가 난무한 가운데 부실한 여론조사가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발표되었다.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3월 31일부터 4월 1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만 해도 578건이나 된다.

국내에는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있지만 한국조사협회에 등록된 정치관련 여론조사업체는 한국갤럽, TNS코리아 등 10여 개이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100개가 넘으며 이들은 선거 때 2~3개월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 선거철만 되면 떴다방 식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업체들이 다수이다. 이들 미등록 업체는 주로 ARS(Automatic Response System : 자동응답기)를 이용해 조사를 하며 응답률은 1~2%에 불과하다. 자동응답기 1대만을 놓고 정상가격에 못 미치는 열악한 단가로 수주를 하여 ARS로 생성된 부실한 자료를 일부 마이너 신문 등을 통해 배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 등 국가대사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미디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단순하게 수용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수치만 덜렁 제시되는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흔들어 놓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0대 총선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를 대신해 사과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집전화 중심의 여론조사, 조사 대상의 대표성 문제 등으로 인하여 잘못된 여론조사가 남발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정몽준의 대선 후보 단일화 때 지지율 차이가 4.6% 밖에 안 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 2006년 지방선거 후보선정,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그리고 한 달 전의 20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가 만병통치약같이 활용되고 있다.

여론조사로 공천을 하고 선거를 치루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론조사는 일정 시점에서의 여론을 보여주는 스냅사진에 불과하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여론의 흐름 중 한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려는 조사방법적인 도구일 뿐이다. 여론조사는 추세를 파악하는 참고자료일 뿐, 투표를 대신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정치권은 허점 많은 지금의 여론조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양영철 (언론방송융합미디어ㆍ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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