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워오는 학생생활관 앞, 폐문 전 생활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달려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폐문 시간까지 생활관에 입실하지 못한 학생들이 친구 자취방이나 술집 혹은 24시간 카페 등으로 향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제시간에 입실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디서 오전 5시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나’는 생각과 함께 벌점에 대한 걱정도 떨칠 수 없다.

현재 우리 대학 학생생활관은 총 8개의 생활관으로 구성돼있으며, 2천 7백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모든 생활관은 오후 24시에 문을 닫으며 오전 5시 다시 문을 연다. 학생들은 폐문시간 이전에 학생생활관내에 입사해 점호에 참여해야 하며, 무단으로 불참할 경우 벌점을 받게 된다. 외박하기 위해서는 오후 10시 이전까지 외박계를 작성해야하며 평일에 이틀연속 외박을 할 경우, 장기외박신청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김은주(언론방송융합미디어ㆍ4년) 씨는 “개ㆍ폐문 시간은 필요가 없다”며 “생활관 폐문 시간 때문에 조모임을 진행하다 먼저 자리를 떠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점호도 실시할 필요가 없다”며 “사생들이 생활관 시설물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정도만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성아(경영ㆍ4년) 씨는 “폐문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폐문시간을 늦추면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의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점호는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빠른 대처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터키에서 온 유학생 Elif Gizem Evren 씨는 “폐문시간이 1~2시간 정도 늦춰졌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점호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원룸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생활관에 거주하는 것이지만 점호가 보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호(재무금융ㆍ1년) 씨는 “현재 개ㆍ폐문 시간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폐문시간이 더 늦어지면 생활관 주변이 많이 시끄러워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 역시 “점호를 굳이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개ㆍ폐문과 점호에 대한 의견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분분하다. 통금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통금이나 점호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기숙사에 체류 중인 사생 수를 파악하기 힘들고 늦은 시간 드나드는 사생들이 만드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통금이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통금이 있다고 해서 외박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외박계를 작성한 학생들의 안전까지 생활관이 책임질 수는 없다.

통금이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1982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통금이라는 개념은 그해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통금이 대학교 학생생활관에서 시행된다니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대학교는 성인들의 공간이다. 성숙한 인격체들이 사는 곳이다. 생활관에 입실 했는지 타인에게 확인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통금이나 점호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지와 합의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 학생생활관은 학생들의 복지와 생활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개ㆍ폐문시간과 점호에 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대표자들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사생위원장 임하연(식품영양ㆍ4학년) 씨는 “지난 학기 중간고사 기간 동안 폐문 시간을 없애고 생활관을 24시간 개방했다”며 “하지만 공부를 목적으로 24시간 개방된 생활관을 활용하는 학생들보다 음주를 즐기는 학생들이 더 많아서 이에 대한 불만들이 행정실로 제기됐다”고 전했다. 또 개ㆍ폐문시간 조정 계획에 대해 “1학기에는 생활관 체계가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당장 설문조사를 통해 개ㆍ폐문 시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는 힘들다”며 “학기말 혹은 다음 학기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폐문시간을 늦추는 것에 동의하는 의견이 60% 정도를 차지한다면 폐문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총학생회 측은 “총학생회의 공약 중 하나인 기숙사 폐문시간 조정을 시행하기 위해 개강 전부터 개ㆍ폐문시간에 대해 사생위원단과 학생생활관 행정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사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자 설문지를 만들었고 학부모님들의 의견도 참고할 수 있도록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개ㆍ폐문시간 조정은 생활관 사생들의 다수의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원치 않는 소수의 사생과 피해를 우려하는 사생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폐문시간 연장 혹은 통금을 없앴을 시 발생할 수 있는 관리사감 인력 문제 및 생활관 내규를 지키지 않는 학생을 적발하기 위한 제도를 탄탄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진ㆍ서지현 기자 mindy1117@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