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력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얼마 전 벌어진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이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더 과거로 흘러가보면 강호순, 김길태 등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많았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일지도 모른다. 인륜을 저버리는 범죄를 저지른 만큼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거주했는지 등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피의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연좌제(緣坐制)’로 옭아매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는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해 특별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피의자 가족 및 주변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절차 없이 피의자 개인의 신상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대중에게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 2항에 따라 네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 나이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먼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어야 하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공개’가 필요하며,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경우다. 이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더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공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하지 말 것을 같은 법에서 정해놓고 있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기준이 법률에 명시돼있지만 최근에는 그 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집행이 모호하게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특정강력범죄사건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명확한 기준이 없으므로 피의자 체포의 일선인 경찰에서조차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해서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어 A라는 피의자는 모든 신상이 공개되지만, B라는 피의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판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검사와 경찰에게 그러한 힘을 주는 것은 검ㆍ경의 권한 이상의 일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강력범죄사건을 객관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신빙성 판단의 권한이 오로지 판사에게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섣부른 신상 공개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는 헌법 제27조 4항에서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피의자가 모든 증거나 정황상 범인임이 확실해 보일지라도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의 피의자 조 씨의 경우, 판결이 나기도 전에 조씨의 개인 신상 정보와 주변 사람들의 개인 정보까지 모두 공개된 바 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 씨의 가족 및 주변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악성 댓글을 달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해 수사할 것”이라며 한발 늦은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둘러싸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피의자 개인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살인ㆍ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범죄자가 출소한 뒤 그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에게 주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피의자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하거나 최종 판결 전까지 무죄인 것으로 간주해야 하는 원칙을 파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가 대중의 ‘호기심’이나 ‘복수심’을 위해 작동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